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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동물원의 시작점, 유럽

동물원으로 지구 한 바퀴 (1)

by eun

전에도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나지만 수의대생이 되고 난 후 동물원을 방문하는 일은 더 이상 내게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곳일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계 곳곳의 동물원과 동물 보호 센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단순히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러려면 우선 어떤 동물원과 보호 센터가 있는지부터 제대로 알아봐야 했다. 세계의 동물원과 보호 센터를 조사하면서, 그곳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동물들이 머물고 있는지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나둘 찾나 보니 동물원의 모습은 대륙마다, 나라마다, 운영하는 목적부터 역사까지 제각기 달랐다. 이 글에서는 그 조사 결과를 대륙별로 정리해보려 한다.








역사와 혁신이 공존하는 유럽

유럽 내 동물원과 동물 보호 센터


유럽은 동물원 문화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오스트리아 쇤브룬 동물원부터, 과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최초의 동물원인 런던 동물원까지, 유럽은 동물원의 역사를 이끌어온 대륙이다. 과거 왕실과 귀족들의 사유지에서 시작된 동물원은 19세기 이후 연구와 교육의 공간으로 변모했고 오늘날에는 멸종 위기 동물 보호와 보전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특히 유럽 동물원들은 생태형 동물원을 적극 도입하며 철창이 아닌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유럽은 여전히 동물원 운영과 동물 복지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 거주 중인만큼 유럽 동물원은 나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각 동물원이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지, 동물 복지를 얼마나 고려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그런 이유로 유럽을 가장 먼저 정리할 대륙으로 선택했다.





유럽 내 동물원과 동물 보호 센터 목차


1. 쇤브룬 동물원 (Schönbrunn Zoo, Tiergarten Schönbrunn) - 오스트리아 빈

2. 런던 동물원 (ZSL London Zoo) - 영국 런던

3. 베를린 동물원 (Berlin Zoo, Zoologischer Garten Berlin) - 독일 베를린

4. 파리 동물원 (Paris Zoological Park, Parc Zoological de Paris) - 프랑스 파리

5. 바르셀로나 동물원 (Barcelona Zoo, Parc Zoològic de Barcelona) - 스페인 바르셀로나

6. 브리스톨 동물원 프로젝트 (Bristol Zoo Project) - 영국 브리스톨

7. 애스핀얼 재단 야생동물 공원 (The Aspinall Foundation Wildlife Parks) - 영국 켄트

8. 르 르퓌즈 드 라르슈 (Le Refuge de I'Arche) - 프랑스 샤토-곤티에










쇤브룬 동물원 (Schönbrunn Zoo, Tiergarten Schönbrunn)

오스트리아, 빈


Screenshot 2025-03-19 at 6.28.43 PM.png 사진 제공: Daniel Zupanc / 쇤브룬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으로 1752년에 설립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쇤브룬 궁전 안에 위치해 있다. 초기에는 황실의 개인 동물원이었지만 현재는 동물복지와 보전 교육에 중점을 둔 현대적 시설로 운영된다. 판다 번식에 성공한 유럽 내 몇 안 되는 동물원 중 하나로, 생물 다양성 보전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 중이다.


쇤브룬 동물원은 이러한 다양한 노력을 인정받아 영국의 동물원 전문가인 앤서니 쉐리던 (Anthony Sheridan)에게 유럽 최고의 동물원으로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총 6번 선정되었다.


현재 쇤브룬 동물원에는 기존 판다 한쌍이 2024년 9월 중국으로 반환되어 현재는 자이언트 판다가 없다. 쇤부른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새로운 어린 판다 한 쌍이 2025년 봄에 올 예정이라고 한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예정된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이 도착하면 올 상반기 중 쇤브룬 동물원에 방문해 볼 계획이다. 유럽 동물원 문화의 시작점이자 동물 보호와 연구 중심지로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쇤브룬 동물원을 하루빨리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쇤브룬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zoovienna.at/en/












런던 동물원 (ZSL London Zoo)

영국, 런던


IMG_0342.jpg?type=w773 런던 동물원_직접촬영

1828년 개장하여 세계 최초의 과학 연구용 동물원으로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약 650종 이상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런던 동물원은 최초의 파충류관과 곤충관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인클로저 없는 전시' (bar-less enclosure)를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과 야생 보존을 위한 캠페인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런던 동물원은 지난 2024년 1월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다. 당시에는 동물원을 본격적으로 깊이 살펴보기 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동물병원 입구를 지나며 근무 중인 수의사분을 만나 뵙기도 했지만, 미리 메일을 보내지 않아 인터뷰를 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또한,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 더욱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펴보지 못한 점도 남는 아쉬움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다음 방문에서는 보다 깊이 있는 시각으로 런던 동물원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다.



런던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londonzoo.org/











베를린 동물원 (Berlin Zoo, Zoologischer Garten Berlin)

독일, 베를린

Screenshot 2025-03-19 at 7.37.04 PM.png 사진 출처: 베를린 동물원 공식 홍보영상

1844년 설립된 베를린 동물원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동물 종을 보유한 동물원으로 손꼽힌다. 약 20,000마리의 동물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오랜 역사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가 재건을 통해 현대적 복합시설로 거듭났다. 동물원 근처에 있는 베를린 아쿠아리움과 함께 운영되며, 해양 생물 전시와 교육도 겸하고 있다.


베를린 동물원은 판다, 북극곰, 오카피 같은 희귀 동물의 보호와 전시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종 보존 프로그램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동물의 행동 풍부화와 서식 환경 재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동물 복지 측면에서 모범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교육관, 체험 공간, 관찰형 전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전 연령층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손꼽힌다.



베를린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zoo-berlin.de/en










파리 동물원 (Paris Zoological Park, Parc Zoologique de Paris)

프랑스, 파리

girafes-parc-zoologique-paris-mnhn-f-g-grandin_0.jpg.webp?itok=wQXPEM8W 사진 출처: 파리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1934년에 개장한 파리 동물원은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Muséum national d'Histoire naturelle) 소속으로, 과학 연구와 교육적 사명을 중심에 두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인공 암석 구조물 '그랑 로셰(Grand Rocher)'로, 동물원 전체의 시그니처 건축물이다. 이 동물원은 2014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서식지 중심 전시'로 전면 탈바꿈했다.


현재는 '5대 생태존(기아나, 사헬-수단, 유럽, 마다가스카르, 파타고니아)'을 테마로 구역이 나뉘어 있으며 각각의 구역에서 그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과 동물의 거리를 최소화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도록 설계된 전시 방식이 인상적이다. 동물 복지, 과학적 관리, 그리고 멸종 위기 동물의 번식에 있어서 프랑스 내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 4월 말에 프랑스에 방문을 계획 중에 있어 중간에 파리 동물원에 다녀올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루빨리 파리 동물원을 다녀와서 글을 작성해보고 싶다.



파리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parczoologiquedeparis.fr/fr









바르셀로나 동물원 (Barcelona Zoo, Parc Zoològic de Barcelona)

스페인, 바르셀로나

2015%2C05%2Czoo-barcelona-760x428.jpg 사진 출처: 바르셀로나 시청 공식 홈페이지

1892년에 설립된 바르셀로나 동물원은 도심 속 시우타데야 공원 안에 위치해 있으며, 약 13헥타르 부지에 400종 이상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이 동물원은 초기 바르셀로나 시민이자 수집가였던 루이스 마르티-코돌라의 희귀 동물 컬렉션을 기반으로 시작되었으며, 설립 이후 스페인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물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세계 유일의 알비노 고릴라였던 '스노플레이크(Snowflake)'가 이곳에서 37년간 살며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최근 바르셀로나 동물원은 동물 복지 향상과 교육 중심의 운영 철학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넓어진 서식지, 환경 풍부화(enrichment), 행동적 자유를 고려한 전시 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며, Cryo-Zoo(크라이오-주) 프로젝트와 같은 최첨단 멸종위기종 보전 노력도 돋보인다. '동물 보호 도시'를 목표로 하는 바르셀로나 시 정책과 연계되어, 시민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 중에 있다.



바르셀로나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zoobarcelona.cat/index.php/en








브리스톨 동물원 프로젝트 (Bristol Zoo Project)

영국, 브리스톨

Bristol%20zoo%20project.PNG?w=100&h=50&zc=1&f=jpeg&hash=cdc9206818a92244bf8d12bad4362b01 사진 출처: BIAZA 공식 홈페이지

브리스톨 동물원은 1836년에 설립되어 오랜 기간 브리스톨 중심가에 위치한 역사 깊은 동물원이었으나, 2022년 기존 부지를 폐쇄하고 도시 외곽에 위치한 와일드플레이스 프로젝트(Wild Place Project) 부지로 이전하면서 '브리스톨 동물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했다. 새로운 부지는 약 55헥타르의 넓은 자연 공간을 바탕으로 하며, 기존의 전시 중심 동물원에서 벗어나 보전과 서식지 복원 중심의 운영을 추구한다.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브리스톨 동물원은 멸종 위기종의 생존을 돕기 위한 서식지 기반 설계와 교육 중심 프로그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릴라, 치타,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 등 위협받는 종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형 전시를 제공하고 있으며 글로벌 보전 프로젝트와도 활발히 프로젝트와도 활발히 협력 중이다. 전통적인 '우리 안의 동물'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 속의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실험하는 영국 내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브리스톨 동물원 프로젝트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bristolzoo.org.uk/







애스핀얼 재단 야생동물 공원 (The Aspinall Foundation Wildlife Parks)

영국, 켄트

100805-84.jpg?center=0.44927536231884058,0.56129032258064515&mode=crop&quality=75&width=934&height=495&rnd=132037725400000000 사진 출처: 애스핀얼 재단 공식 웹사이트

애스핀얼 재단은 1984년 존 애스핀얼(John Aspinall)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동물 보호 재단으로, 영국 켄트에 위치한 하울렛츠 야생동물 공원과 포트 림프네 야생동물 공원을 운영한다. 이 두 공원은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사육을 위한 사육'이 아닌 '야생 복귀'를 목표로 설계된 보호 기관으로, 동물의 행동 자유와 생태적 습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환경을 지향한다.


이 재단은 지금까지 70마리가 넘는 고릴라, 수십 마리의 코끼리, 들소, 표범 등을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자연 서식지로 돌려보냈으며, 이는 유럽 내에서도 보기 드문 실제 야생 방사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재단은 방문객에게 화려한 전시보다는 보전의 의미와 인간-동물 관계에 대한 재고를 유도하며, '보러 오는 장소'보다 '돌려보내는 관문'이라는 철학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애스핀얼 재단, 특히 하울렛츠 야생동물 공원은 수의학과 졸업 후 꼭 일해보고 싶은 곳으로 졸업 전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애스핀얼 재단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aspinallfoundation.org/






르 르퓌즈 드 라르슈 (Le Refuge de I'Arche)

프랑스, 샤토-곤티에

1200x680_original_b6d7bdd7-6651-432b-89e5-b396cfe56ceb_20210819_161925.jpg 사진 출처: France Bleu (francebleu.fr)

르 르퓌즈 드 라르슈는 프랑스 서부 마옌(Mayenne) 지역의 샤토-곤티에에 위치한 동물 보호 센터로, 1974년 동물 애호가 그룹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곳은 불법 거래, 서커스, 개인 사육 등으로부터 구조된 야생 동물들에게 평생 안식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상업적 목적이 아닌 복지 중심의 운영 철학을 갖고 있다. 현재 약 1,500마리의 동물이 보호되고 있으며,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고통받은 동물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방문객에게는 제한적으로 공개되며, 전시보다는 동물 복지와 존중에 대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 동물 중에는 사자, 곰, 원숭이, 조류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 동물의 사연과 회복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관람이 이뤄진다. 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보다는 동물의 권리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중심에 둔 이곳은 유럽 내 윤리적 보호소의 모법 사례로 손꼽힌다.



르 르퓌즈 드 라르슈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refuge-arche.org/













유럽의 동물원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전시 중심의 공간에서 벗어나, 동물 복지와 멸종 위기종 보전에 중점을 둔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 쉔브룬과 런던처럼 초기에는 왕실 또는 과학 연구 목적으로 시작된 동물원들이 오늘날에는 교육과 서식지 보호, 행동 풍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애스핀얼 재단이나 르 르퓌즈 드 라르슈처럼 ‘보전’과 ‘회복’을 핵심 가치로 삼는 보호센터들도 유럽 내에서 점차 주목받고 있으며, 이들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 여정에서는 아시아 대륙으로 발걸음을 옮겨, 각기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운영되는 주요 동물원들과 보호 시설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대륙이자,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아시아에는 동물원 운영 방식도 매우 다채롭다. 전통과 현대, 종교와 생태 철학이 공존하는 아시아의 동물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어지는 글에서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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