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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동물원의 전환점, 아시아

동물원으로 지구 한 바퀴 (2)

by eun

이전 글에서는 '동물원의 시작점'이라 불릴 수 있는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역사 깊은 동물원들과 윤리적 보호소들을 함께 살펴보았다. 쇤브룬, 런던, 베를린과 같은 고전적 동물원들이 어떻게 전시 중심에서 보전 중심으로 전환해 왔는지, 또 애스핀얼 재단이나 르 르퓌즈 드 라르슈처럼 '돌려보내는 동물원'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흐름도 짚어보았다. 유럽의 동물원들은 근대 동물원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동물 복지와 교육, 보전이라는 가치 사이의 균형을 고민해 온 오랜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아직 동물원으로 지구 한 바퀴 (1)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링크를 첨부하겠다.

https://brunch.co.kr/@eunthevet/6


이제 시선을 아시아로 옮겨보려 한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생물 다양성을 가진 대륙인 동시에,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국가와 문화에 따라 매우 다채롭다. 어떤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전시 동물원이 여전히 중심이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생태학적 보전과 연구 중심의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대표적인 동물원과 보호센터들을 통해 동물과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을 시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양성과 전환의 대륙, 아시아

아시아 내 동물원과 동물 보호 센터


아시아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이며, 각국의 문화·종교·경제적 배경이 동물원의 운영 방식에도 뚜렷하게 반영된다. 역사적으로는 황실의 이국적인 수집품으로 시작된 동물원부터, 서구식 동물원 모델을 도입한 근대 이후의 국립 동물원까지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생태학적 보전, 멸종 위기종 복원, 그리고 대중 교육의 기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추어리 개념의 보호 시설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도 공간 부족, 동물 학대, 상업적 운영 등 윤리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극과 극의 풍경이 공존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 아시아는 ‘동물원이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대륙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편에서 각국의 대표 동물원과 보호 시설을 통해 아시아 동물원의 현재를 살펴보고, 변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짚어보려 한다.




아시아 내 동물원과 동물 보호 센터 목차


1. 우에노 동물원 (Ueno Zoo, 上野動物園) - 일본 도쿄

2. 싱가포르 동물원 (Singapore Zoo) - 싱가포르

3. 서울대공원 동물원 (Seoul Grand Park Zoo, 서울대공원 동물원) - 대한민국 과천

4. 에버랜드 주토피아 (Everland Zootopia, 에버랜드 주토피아) - 대한민국 용인

5. 타이베이 동물원 (Taipei Zoo, 臺北市立動物園) - 대만 타이베이

6. 방콕 두시트 동물원 (Dusit Zoo) - 태국 방콕

7. 베이징 동물원 (Beijing Zoo, 北京动物园) - 중국 베이징

8. 랑가누르 동물원 (Ranganathittu Bird Sanctuary) - 인도 카르나타카

9.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 (Elephant Nature Park) - 태국 치앙마이











우에노 동물원 (Ueno Zoo, 上野動物園)

일본, 도쿄

사진 출처: 일본정부관광부 공식 웹사이트

우에노 동물원은 1882년에 문을 연 일본 최초의 동물원으로, 도쿄 한복판 우에노 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근대화 시기 일본 정부가 서구 문물을 도입하며 설립한 이 동물원은 이후 100년이 넘도록 일본인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왔다. 좁은 도시 공간 속에서 자이언트 판다, 고릴라, 호랑이 등 다양한 종을 전시해 왔으며 수많은 일본 어린이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에서 처음으로 판다를 선보인 동물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우에노 동물원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반영해 시설 리모델링과 전시 방식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동물에게도 개인 공간과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철학 아래 동물들의 행동 다양성을 유도하는 환경 풍부화에도 주력하는 중이다. 교육관, 어린이 체험 구역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활발하며 도심 속에서도 동물과 인간이 교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에노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tokyo-zoo.net/zoo/ueno/











싱가포르 동물원 (Singapore Zoo)

싱가포르, 싱가포르

사진 © calvinteo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열대 우림 속에 녹아든 듯한 전시 공간이 인상적인 싱가포르 동물원은, '오픈 콘셉트(open concept)'이라는 전시 방식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1973년 개장 이후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구조의 전시장을 통해 동물들의 행동적 자유를 보장하고, 울타리 없이 자연 지형을 활용한 공간 구성으로 방문객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동물보다 인간이 경계되어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이 동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생태형 동물원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보전 교육과 국제 협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오랑우탄, 백호, 마나티와 같은 열대 아시아종 보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같은 부지 내의 리버 원더스, 나이트 사파리, 버드 파라다이스와 함께 '만달라이프'라는 이름의 생태 관광 복합단지를 이루고 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싱가포르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mandai.com/en/singapore-zoo.html










서울대공원 동물원 (Seoul Grand Park Zoo, 서울대공원 동물원)

대한민국, 과천

사진 출처: 서울대공원 공식 웹사이트

서울대공원 동물원 (서울동물원)은 1984년 지금의 과천 부지로 이전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동물원으로 성장했다. 1930년대 경성 부속 동물원 시절부터 이어져온 이곳은 긴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비판과 반성이 함께 존재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동물 복지와 전시 환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전시 중심에서 보전과 교육 중심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형 전시관 개편과 '서식지 중심'의 동물 배치, 멸종위기종 보전센터 설치 등을 통해 보다 윤리적인 운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황새, 산양, 반달가슴곰 등 토종 야생동물 보전 활동에도 참여 중이며 시민 참여형 교육과 유기 동물 입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 동물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꾸준히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소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grandpark.seoul.go.kr/conts/contsView.do?lang=ko&menu_id=S001001002001001









에버랜드 주토피아 (Everland Zootopia)

대한민국, 용인

사진 출처: 에버랜드 주토피아 나무위키

에버랜드의 동물원 구역인 '주토피아'는 한국 최대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 안에 위치해 있으며, 상업시설 내 동물 전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76년 개장 이후 꾸준히 확장되어 왔으며, 현재는 약 2,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사파리월드'와 '로스트밸리'같은 라이드형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동물 체험형 관광의 중심 공간이 되었다. 어린이 교육용 프로그램과 반려동물 교감존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 주토피아는 꾸준한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일부 시설은 동물의 자율성과 서식지 유사성을 고려해 리모델링되었지만, 여전히 상업적 전시와 쇼 중심 콘텐츠가 동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토피아는 대중이 동물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접근성 높은 공간 중 하나이며,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지 지켜볼 만하다.



에버랜드 주토피아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everland.com/everland/home/main








타이베이 동물원 (Taipei Zoo, 臺北市立動物園)

대만, 타이베이

사진 출처: 타이베이 동물원 나무위키

타이베이 동물원은 1914년 일본 제국 치하 시절에 설립되었으며, 이후 타이베이 시립으로 전환된 후에는 대만 최대이자 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동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무자(Muzha) 지역의 넓은 부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약 400종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자이언트 판다를 비롯한 국제 멸종위기종을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 하에 전시 및 번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아시아 고유종의 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대만의 산림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Formosan 동물 구역'과 같은 특화된 전시도 운영 중이다. 코알라, 펭귄, 오랑우탄 등 여러 해외 종들도 함께 보호되고 있으며, 넓은 이동 거리와 다양한 테마 구역으로 인해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시민들의 높은 애착과 국가적 차원의 보전 의지가 잘 결합된 동물원으로 평가받는다.



타이베이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zoo.gov.taipei/







베이징 동물원 (Beijing Zoo, 北京动物园)

중국, 베이징

사진 출처: 베이징시 공식 홈페이지

베이징 동물원은 1906년 청나라 말기에 문을 연 중국 최초의 국립 동물원으로, 현재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원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베이징 중심부에 위치하며 약 90헥타르의 넓은 부지에 950여 종, 5,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고유종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희귀 동물들도 전시 중이며, 대형 수족관과 곤충관, 새장 등 다양한 관람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이곳은 자이언트 판다를 볼 수 있는 대표적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시 중심의 전통적인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구역은 점진적인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교육 프로그램과 환경 교육 센터를 통해 시민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혼잡한 관람 환경, 전시 동물의 심리적 복지에 대한 고민 등 과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내 대형 동물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주목할 만하다.



베이징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s.visitbeijing.com.cn/attraction/117808






방콕 두시트 동물원 (Dusit Zoo)

태국 방콕

사진 출처: © Chainwit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방콕의 두시트 동물원은 1938년에 공식 개장하여 오랜 시간 동안 '카오딘(Wildlife in the city)'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아온 태국의 대표 동물원이다. 도심 중심에 자리하며 왕실의 소유지에서 시작된 이 동물원은 한때 1,6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국민 동물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도시화와 동물 복지 기준 변화에 따라 2018년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하고 새로운 부지로 이전 재건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현재 태국 정부는 수도 외곽에 보다 넓고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갖춘 새로운 두시트 동물원을 조성 중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펼쳐졌던 전시 중심의 운영을 넘어서 앞으로는 보전, 교육, 생태체험이 어우러진 현대적 동물원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은 두시트 동물원의 변화는 동남아시아 동물원들이 어떻게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방콕 두시트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dusit.zoothailand.org/en/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 (Elephant Nature Park)

태국 치앙마이

사진 출처: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는 관광 산업, 벌목, 불법 번식 등으로 인해 고통받은 코끼리들을 구조해 보호하는 공간으로, 1990년대 초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 설립되었다. '쇼 없이, 체험 없이,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철학 아래, 관광객과 코끼리 사이의 안전한 거리 유지와 비접촉형 관람을 원칙으로 한다. 구조된 개체들은 대부분 부상, 스트레스, 학대를 겪은 과거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평생 돌봄과 회복을 목표로 생활한다.


단순한 보호소를 넘어 태국 내 코끼리 관광 문화를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한 이곳은 세계적인 생츄어리로 성장했다. 방문객들은 코끼리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하거나, 건강 상태나 구조 스토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고양이, 개, 소 등 다른 구조 동물들도 함께 보호하고 있어 진정한 '동물의 피난처'로 기능하고 있다.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는 아시아에서 동물 보호와 지속 가능한 관광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elephantnaturepark.org/










아시아의 동물원과 보호 센터들을 돌아보며, 이 거대한 대륙이 품고 있는 복잡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전통과 현대, 상업과 윤리, 관람과 보전 사이의 간극은 때때로 혼란스럽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동물원부터, 오직 동물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조용히 운영되는 보호소까지—아시아의 동물들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살아가고 있다.


다음 여정은 아메리카 대륙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동물원, 중남미의 열대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보호 구역, 원주민 문화와 보전의 가치가 어우러진 다양한 실천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대륙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 교실처럼 작동하는 그곳에서, 우리는 또 어떤 동물의 삶과 마주하게 될까? 동물원으로 지구 한 바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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