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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게 된 게

에스프레소로 시작하는 하루

by 이하나

요 근래에 친구와의 인간관계와 복직에 대한 불안함 때문인지 악몽에 시달려서 잔 것 같은데도 자지 않은 것 같은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전에는 과거에 경험했던 일들이 꿈에서 나타나 잠에서 깨면 현실인지 꿈인지 판단하기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면, 요즘 꿈은 있지도,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악몽으로 꿈에서 나타나고, 우리 할매가 따뜻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나 꼭 안아주는 느낌에 늘 울면서 꿈에서 깨어난다.


잠을 잘 못 자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에스프레소를 매일 한 잔 마시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커피를 끊어야 잠을 자지 않겠냐고 하는데, 커피를 한잔이라도 안 마시는 날에는 두통으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비알레띠 모카포트를 구매한 뒤로는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 방 안에 가득 차는 커피 향과 진득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역시나 5시 반쯤 깨서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진득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추출했다. 모카포트는 매번 사용 후 세척을 해야 하고, 관리도 해야 해야 좀 귀찮긴 하지만 그 귀찮음은 맛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이면 가뿐히 해결된다. 특히 이전 글에서 소개한 커피 원두 가게에서 추천해 주신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마신 후 에스프레소 특유의 느낌(먼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나면 가슴속이 불타는 느낌이 난다던지, 시원한 뭔가를 더 마셔야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이 없어서 정말 애정하게 되었다.

image0 (3).jpeg 비알레띠 모카포트와 원두, 그리고 원두를 보관하는 병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있어 최고의 커피는 맥심 믹스커피와 학교 도서관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에서 블랙커피와 우유를 한잔씩 뽑아서 반씩 섞어 친구와 나눠먹는 커피였다. 요즘 친구들과 만나면 늘 마시는 건 아메리카노.... 그럴 때면 한 번씩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교 4학년 때... 남들은 다 취직활동으로 바쁠 때 나는 친구와 학교에서 주최하는 교환학생을 신청해서 일본 키타큐슈라는 지역에서 한 학기를 보낸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의 경험과 좋았던 추억이 지금 나의 일본생활의 모토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때 한 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선생님의 집에 같은 반 친구들 몇 명이 초대를 받았고, 식사 후 디저트와 함께 원두커피를 대접해 주셨다. 그때가 처음으로 마신 원두커피였던 것 같다.... 그런데 가장 친했던 친구와 나는 그 원두커피에 스틱으로 된 설탕을 무려 8개나 넣었다. ㅋㅋ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커피가 아니라 설탕물이 아니었나 싶다. 하필이면 그 친구와 옆으로 나란히 앉아있었던 터라 우리 사이에는 16개의 스틱커피의 봉지가 놓여있었다. 그때도 그게 얼마나 웃겼음 선생님을 비롯해서 우리 모두 박장대소를 했었다.


지금도 가끔은 믹스커피나 달달한 커피가 생각이 난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도 각설탕 한두 개는 넣고 마실 때가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달달한 커피보다 씁쓸한 커피를 더 마시게 된 게... 아마도 일을 시작하면서였지 않나 싶다. 사회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카페인! 커피 아닌가... 한국에서 일할 때도 1리터 커피를 사서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올해 폐쇄병동에 입원했을 때에도 병동밖으로 외출할 수 있게 됐을 때, 제일 먼저 간 곳이 매점이고, 제일 먼저 구매한 게 커피였다. ㅋㅋ 커피와는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관계....

오늘 아침에 마신 에스프레소 한 잔이 이전번 사 온 원두의 마지막 한잔이었다. 비가 와서 밖에 나가긴 싫지만 원두가게에 가서 원두도 사고 사장님과 살짝 수다도 떨다 와야겠다. ㅎㅎ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고소하고 향긋한 원두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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