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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할매 생신 ❤

울 할매 91번째 생신

by 이하나
할매생신.jpg 울 할매 91번째 생신

얼마 전 울 할매의 91번째 생신이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생신파티를 했다고 아빠가 사진을 보내줬다. 저렇게 고깔모자 쓰고 신나 하는 할매의 모습이 기쁘기도 하고 울컥하는 마음도 있었다. 작년 9월만 해도 다시는 저렇게 생일을 맞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작년 생신은 병원에 계셨고, 병실에는 보호자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냥 넘어갔었다. 칠순잔치를 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고깔모자를 쓰고 초코파이 케이크를 앞에 두고 하는 생일파티는 아마도 우리 할매 인생 첫 생일파티이다. 고깔모자를 쓸 할매가 귀엽기도 하고 신난다는 듯 손짓하는 할매의 모습도 너무너무 보기 좋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저렇게 생일을 맞이하실 수 있을까?


할매!!!


내가 이렇게 할매한테 편지(?)를 쓰는 건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때는 어버이날이나 그럴 때면 카네이션이랑 같이 편지 쓰고 했는데... 그자?

91번째 생일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진짜 진짜 축하한데이. 작년만 해도 병원에서 혼자 생일을 보낼 할매를 생각하면 진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다시는 이런 순간을 맞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다시 이렇게 일어나 줘서 진짜 진짜 고맙고 사랑한데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렇게 생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이라도 더 맞이할 수 있기를 내가 맨날 기도한다. 내 이렇게 키워줘서 고맙고, 내가 짜증 내고 해도 다 받아줘서 고맙고, 혹시 다음세상이 있으면 그때는 할매가 내 자식으로 태어나주라. 내가 진짜 진짜 할매한테 받은 사랑 몇백 배, 몇 천배 더 갚을게.. 사랑한다..


일본땅에서 생일을 함께하지 못한 못난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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