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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한식과 고마운 사람들

소중한 내 곁의 사람들

by 이하나

얼마 전, 작년 말 전직을 한 선배를 몇 달 만에 만났다. 전직을 하고 몇 번이나 만나려고 했지만 내 컨디션을 늘 우선으로 해주는 선배였기에 몇 번의 약속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만난 것이었다. 입사했을 때는 다른 팀이기도 했고, 같은 팀이 되어서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인들은 거의 대부분 스트레이트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돌리고 돌려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고, 이전 글에서 처럼 타테마에인 경우가 많은데 이 선배는 거의 직언을 하는 스타일이었고, 기분이 표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나는 편이라 가까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편견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식도 좋아하고, 장난기도 많고, 정도 많은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코리안타운으로 유명한 신오오쿠보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낙지볶음을 먹으러 갔다. 우울증이 심해지기 전에는 우리 집에서 낚지 볶음이나 한식을 해서 팀원들끼리 자주 회식을 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선배가 먹고 싶다고 해서 정해진 메뉴이지만, 나에게는 우리 할매와 자주 먹던 음식이기도 하다.

선배는 만나자마자 요즘 내 근황부터 묻기 시작했고, 우리는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내년쯤이면 영주권 신청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더니, 일본인 보증인은 자기가 해주겠다고 한다. 스스럼없이 보증인을 해주겠다니... 너무 고마웠다. 그러면서 꼭 자기한테 연락을 하란다. 다른 사람보다 일본인이 해주는 게 좋지 않겠냐며... 대신 내가 해주는 음식이 또 먹고 싶단다.. ㅎㅎ 고마워요~ 선배~ 조만간 우리 집에서 한 번 모입시다!!!

낚지볶음.jpg 신오오쿠보 テルン炭火カルビ(태릉 숯불갈비)

그리고 며칠 뒤, 전문학교를 같이 졸업한 동생이 관리하는 화장품 매장에 놀러 갔더니 난데없이 꽃다발부터 덥석 내밀었다. 출근하다 너무 이뻐 보여서 주고 싶어서 샀다는... 사실 이 동생은 종종 나에게 꽃을 선물해 준다. 꽃선물을 하는 게 기분이 좋단다. 받는 사람은 더 좋다!! ㅋㅋ 보라색 방울꽃이 너무너무 이뻤다. 집에 오자마자 포장을 뜯기도 아까워서 포장 그대로 밑부부만 정리해서 꽃병에 꽂고 사진을 찍어서 인증숏을 보냈다. 원래 저 자리는 TV가 있던 자리였는데, TV는 꽃다발에 밀려 바닥으로 내려갔다. ㅋㅋ 동생이 사진을 보자마다 빵 터졌다. TV는 도대체 어디로 갔냐며.. ㅋㅋ 어쩌겠니... 밑으로 순위가 내려갔다. ㅋㅋ

꽃다발.jpg 연비에게 받은 물방울 꽃 꽃다발

내 주변에는 이 두 사람 외에도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고 보면 인복이 참 많은 듯... 뭔가 힘든 일이 있으면 늘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도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들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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