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의 휴재기간

온전히 나만 생각한 시간들과 새로운 취미

by 이하나

지난 글을 쓴 이후로 거의 한 달 반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었다. 딱이 어떠한 계기는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와 만나는 것도 거의 없이, 온전히 집과 회사를 반복하는 생활을 했었다.


그동안 우울증과 불안장애 증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문득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날들이 있었다. 일어나기 힘들었는지, 아니면 일어나기 싫었는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핑계로 회사를 쉬고 싶은 건 아닐까? 병증이 아니라 게으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출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기로 한 것이...

1. 침대에서 일어나서 앉아보기

2. 일단 씻어보기

3. 아침 챙겨 먹어보기

4. 옷을 갈아입기

5. 화장해보기

6. 현관까지 가보기

7. 전철역까지 가보기

8. 전철을 타고 환승역까지 가보기

9. 출근

이렇게 목표를 세부적으로 세우기로 했다. 어떤 날은 환승역까지 갔으나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고, 플랫폼에서 10분 정도 눈을 감고 있으니 점점 괜찮아져서 팀장님께 사정에 대해 연락하고 조금 늦게 출근하기도 했다.

현관까지 가서도 도저히 현관문을 열기 힘들 때는 약을 먹고 안정이 되면 오후에 출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안정되지 않으면 그날은 그냥 쉬기로 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했었다. 너 같은 직원 있으면 회사도 골치 아프겠다고... 나도 알고 있다. 수시로 늦기도 하고 쉬는 날이 있기도 한 나를 회사에서 아주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출근하는 날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도 안다.

위에 적인대로 세부적인 계획을 잡고 하다 보니 지각을 하는 날도, 쉬는 날도 점점 줄었고, 주변에서도 요즘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집에 있으면 늘 유튜브를 틀어놓고 멍하게 있는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단순한 패턴의 가방이나 파우치를 뜰 수 있게 되었다. 한 번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뜨개질에 집중했고, 그 시간 동안만큼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파우치나, 토트백 등을 만들어서 선물하기도 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오늘 거의 한 달 만에 회사를 쉬게 되었다. 위의 패턴대로 했으면 충분히 출근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오늘은 출근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목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쉬겠다는 연락을 하고 나니 한결 편해진 마음... 그렇다고 일이 부담이 된다거나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걸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성근의 겨울방학>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