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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Aug 31. 2024

타국에서의 정신병원 입원기(6)

두 번의 자살 시도로 인한 입원 18일 차 & 퇴원

* 7월 1일(월) 코로나와 함께 퇴원 *

7월 1일 아침이 되고 해열제가 조금 효력이 있었는지 정신을 차려보자 충격적인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였다. 그렇다! 나는 어제저녁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실로 이동되었다. 하지만 어제는 약기운에 잘 몰랐던 격리실의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지나 공포감과 동시에 불안함, 서러움이 폭발하였다.

격리실을 말만 병실일 뿐이지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매트리스와 화장실 변기사이에는 불투명 유리로 된 칸막이 만이 있을 뿐이고, 휴지는 돌돌 말아서 바닥에 몇 개가 놓여 있었으며, 세면대조차 없었다. 병실과 격리실 복도사이에 있는 아크릴로 된 창문에는 조그만 원으로 된 구멍이 뽕뽕 뽕 세 군데 있었고, 화장실 쪽에 있는 창문에 철조망으로 막혀 바깥을 보기는커녕 창문의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변기도 용변을 본 후 직접 물을 내릴 수가 없었고, 일정시간이 지나 간호사가 들어와서 체크한 후 바깥에서 물을 내리는 시스템이었다. 그 수치스러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바깥족에서 격리실 안쪽을 보는 아크릴로 된 창문은 변기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정신병원의 폐쇄병동, 그중에서도 격리실에 입원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시설만을 갖추는 것에 대해 머릿속에서는 이해를 했으나, 그 사람들의 인권은 전혀 배려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조금 있으니, 아침식사 시간이라며 전날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했던 간호사분이 식판을 들고 들어오셨는데, 이동용 식탁도 아닌 박스를 뒤집어서 그 위에다 식판을 놓고 나가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서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아침부터 열체크를 했지만 38.6도에서 열은 내려가지 않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 아침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식판을 회수하러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고, 식사량을 체크하신간호사 선생님께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물 콧물 범벅인 상태로 "퇴원하고 싶어요. 집에 보내주세요!!"라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주치의 선생님이 출근하는 대로 상황에 대해 설명할 테니 조금만 더 기운을 내라고 하셨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주치의 선생님이 격리실로 왔고 나에게 뱉은 첫마디는 정말 앞으로도 평생 있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다시는 네 몸에 상처 내지 않을 거지??"

자해를 한 나에게 치료가 아닌 벌을 준 듯한 말투에 나는 두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 <다시는 안 그렇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퇴원을 해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졌고, 입원 시 사복도 모두 반입이 되지 않아 친한 동생(연비)에게 모든 짐을 맡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잠시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연비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울먹이며 상황을 설명하며 정말 미안한데 오늘 짐을 가지고 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연비는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해주었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했음에도 망설임 없이 와주겠다는 고마운 동생....


연비가 도착하고, 퇴원 수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반입되었던 물품들을 다시 검사하고, 퇴원수속..... 그나저나 코로나에 열이 38.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 집까지 어떻게 가지?? (병원에서 집까지는 버스와 덴샤를 3-4번 갈아타야만 했다) 짐도 있고, 몸 상태도 안 좋아 연비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까지 왔다. 집에 도착하자 숨이 트이고 살 거만 같았다.


나보다 먼저 코로나에 걸린 같은 병동의 사람은 격리할 때 일반 병실 하나를 비워서 격리를 했었는데 나는 왜 격리실에 격리가 되었을까?? 이럴 때는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가? 보호자가 없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생활한 지 8년이 되어도, 나는 이곳에서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다....라는 생각!! 그런 생각과 함께 서러움이 밀려오는 입원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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