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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Dec 29. 2020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을 읽고 나서(자신)


바라본다는 것은 한순간 그 대상을 향한, 그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불행에 빠지는 행위이다. 누군가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그 시선에 합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할 수는 없다.
p.69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연인」 책의 내용


열다섯 살 반의 나이, 라고 그녀는 말한다. 열다섯이면 열다섯이고 열여섯이면 열여섯이지 열다섯 살 반은 뭐야? 라는 질문을 떠올리며 서사를 따라간다. 열다섯 살 반의 그녀는 부유한 중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는 꽤 나이 든 남자다. 만나는 순간부터 위험을 직감하지만,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관심사를 나누지 않는다. 흔한 지인 사이에서 나눌 것 같은 가벼운 소재에 집중한다. 연인 사이만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없다. 사실 대화는 거의 없고, 육체적인 관계가 지배적이다. 서로의 몸을 탐하고, 안으면서 ‘사랑’이라고 한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



죄의식, 자기방어에도 불구하고.


독후감


그녀는 버림받는 입장을 자처한다. 마치 그래야만 할 것 같다. p.48그녀가 그에게 애원한다. 제발 그런 식으로 대해 달라고. 즉 돈을 주고 산 여자들을 대한 것처럼 자신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라고 요구한다. 안락한 사랑이 주는 평온한 상태를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특히 연인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은 환영받지 못한 일이다. 아니, 너무 마음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버림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미리 알고 있다면, 덜 다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생존하기 위해 그녀가 습득한 본능적인 방법이지 않았을까.  


나는 그가 말하는 대로, 그가 잘못 생각하는 대로, 그가 나를 사랑하는 대로, 그에 합당한 동시에 진지한, 일종의 연극적인 감정 속에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p.63

   

섹스를 통해 현실에서 도피한다. 중국인 남자를 애무하고, 그에게 ‘아기처럼’ 애무 받으면서 절정의 순간에 이른다. 그 순간은 그녀를 기쁘게 한다. 현실도피로 선택한 방법이 죄책감을 불러일으킨 걸까. 스스로 창녀라고 부르곤 한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멸시를 의식하면서, 스스로 먼저 모욕한다. 그녀는 위악으로 죄의식을 느끼고 벌을 준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은 말년에 쓴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녀의 삶은, 그녀 개인의 선택이었다. 시대적인 이유, 식민지 상황, 불안정한 시기, 그리고 가정사 그 모든 것들이 그녀 선택에 어떤 식으로 기폭제로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인 만남에 대한 그녀의 선택은 개인적인 선택이다. 그 선택에 대해 통념에 따른 가치판단으로 억압하거나 비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자기의 비참함을, 불행을 다 알고 있다는 그녀는 상처 받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에 가깝다. 그런데 그녀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그 당시 그녀에 대해서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녀는 적어도 자신을 제대로 마주했다.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건 다른 문제이다.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욕망에 대해 거짓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지녀본 적이 있었을까.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 적이 있을까. 나는 늘 자기 검열에 시달린다.


#연인 #마르그리트뒤라스 #민음사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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