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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May 14. 2020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읽고 나서(웃자)

직장인 출근길에 읽을 수 있는 책(퇴근 때는 ...쉬어야죠)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창비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 원을 내야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 이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 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 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 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같다 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빚쟁이들처럼 호시탐탐 노리다가 뭐라도 트집 잡아 깍아내린다는 거. 그걸 빛나 언니한테 알려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나는.”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 읽어봐요. 노동하는 우리 모두 다 읽어야 돼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감내하면서 겪게 되는 일화들을 묶은 단편 소설집이다. ‘잘 살겠습니다’와 ‘일의 기쁨과 슬픔’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장 동료,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고단함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는 누군가의 들러리가 되고 뒤처리를 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 비참한 기분, 억울한 기분은 찜찜하지만 무작정 감내해야만 할 때가 있다. 물론 두 단편 속의 주인공들은 단지 당하는 입장으로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개진하거나, 혹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 일상을 살아가는 쪽을 택하고 있다. 만약 두 인물이 억울함을 무작정 참아야만 하는 인물이었다면 답답했을 텐데 그러지 않아 다행이었다. 


돈 버는 거 참 힘들다. 


그러나 나는 ‘일의 기쁨과 슬픔’의 거북알(닉네임)을 보면서 다행이면서도 안타까움을 느꼈는데,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가 보통 일반이기 때문이었다. 상사의 불합리한 피드백과 윽박을 견디는 게 보통의 우리다. 간혹 회사라는 곳은 논리적인 사고에 따른 일반적인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때로 많이.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은 보통 취업 준비생이 회사원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간결하게 그려내고 있다. 취업 후에 자유는 보장되지 않고, 역시 돈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일반 회사원의 모습을 드러낸다. ‘다소 낮음’은 아티스트, 일반 예술 분야 진로를 선택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물론 전개 과정 속에서 소설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현실보다는 덜 비참하게 묘사된 것 같다. 하지만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이외에도, 수록작들 소설 모두 개성과 보통을 특징을 하고 있다. 풍자와 익살로 주인공의 뒤통수를 치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와 ‘도움의 손길’도 있고, 서늘한 감정을 돌게 하는 ‘새벽의 방문자들’도 있다. 마지막은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들게 하는 ‘템페레 공항’이 수록되어 있다.



#장류진 #일의기쁨과슬픔 #창비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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