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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투표는 했어?"

뜻밖에 선거 지식만 +1 올라갔습니다.

by 은연주



친구한테 오늘 한국은 날씨 너무 좋았다며 재외국민 투표는 미리 했냐고 연락이 왔다. 곧 있으면 너 결혼기념일도 다가오는데 혹시 한국 놀러 올 계획은 없냐고. 맞네 결혼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네. (내가 결혼했었나?) 그럼 당연히 미리 투표했지. (재외국민 선거가 뭐더라?) 재외국민 선거는 해본 적이 없어서 답장을 보내기 전에 네이버로 검색까지 했다.


사실 행여나 고속도로가 막혀서 투표 시간에 늦을까 봐 점심도 안 먹고 부랴부랴 서울에 돌아와 투표를 했는데. 실은 나 지금 한국이야 라고 언제 말하게 될 수 있을까.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을 스스로 입 밖으로 꺼내도 괜찮아지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이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한다고 해도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는데 하루하루 겨우 괜찮은 척 버티고 있다. 이혼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있는 지금도 나날이 속만 좀 먹듯 갉아지고 있다. 이혼 도장을 찍는다고 모든 일이 마법처럼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상처가 괜찮아지는 것도 아닌데. 친구도 많고 어디서나 스스럼없이 잘 웃던 내가 대인기피증 환자처럼 사람들을 피하는 게 익숙해졌다. 서울 한복판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말이면 집에만 있는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이해되거나 해결될 일도 아니다. 남들은 믿기 힘든 일을 괜히 나서서 키우고 싶지 않다. 그래봤자 내 상처는 가십거리로 전락해서 희희낙락거리다가 끝나겠지. 결국 오늘도 또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한다. 차라리 남들이 듣고 놀라지도 않을 흔한 이유였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집 건너 다 한다는 성매매, 바람 그런 거 말이야. 흔해빠진 고부갈등 그런 거 말이야.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Are you single? Yes but I was married.라고 한 마디만 해도 깔끔하게 끝나는 곳으로.






‘다행’은 저를 빗겨나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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