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뭔지 진짜로 까먹었어.
날이 따뜻해지니 밖에 둘둘씩 짝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보인다. 옛날에 남자친구가 없는 채로 봄을 맞이하면 괜히 코끝이 간질거리듯 기분이 몽글거릴 때가 있었다. 그럼 봄 타서 외로운가 보다 하고 평소보다 빵을 더 많이 사 먹거나 친구들 약속을 많이 잡기도 했다. 애써서 인연을 만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인연이라면 저절로 만나게 되겠지, 내버려 두다가 가끔씩 스쳐가는 시절 인연들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연인들을 봐도 부럽지 않다. 사실 그런 연애 감정이 뭐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연인들을 바라보면 나는 오히려 때때로 위축되는 기분과 갑자기 내가 외면하던 현실에 압도될 것 같은 기분만 든다.
이 세상에 날 정말 사랑하는 건 나 자신 그리고 부모님과 나만 바라보는 강아지밖에 없다고 열심히 등을 다독여본다. 팔이 짧아서 그런지 내 등을 스스로 어루만지는 건 역부족이다. 그러니 누가 나 좀 말없이 오랫동안 꼭 안아주면 좋겠다. 남자 없어도 잘 먹고 잘 살 테니깐, 앞으로 연애 안 해도 되니깐 재혼이고 나발이고 다 안 해도 되니깐 그저 사랑이 뭔지 다시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나니깐 그냥 말없이 안아달라고. (꼭 이성애를 말하는 게 아니라) 착한 마음씨를 가진 누군가의 포근한 품 안에 안겨있다 보면 다시 사랑도 느껴지지 않을까. 오늘 일이 고돼서 그런지 유난히 사람의 온기가 그립고 사랑이 필요한 하루다.
길가에 핀 꽃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춰서 쉽게 감탄하고 보름마다 나를 위해 꽃을 사던 연주는 어디로 갔을까. 왜 이제는 꽃을 봐도 심드렁할까. 사랑을 잃어버린 내 봄날은 겉모습만 화려한 도심의 네온사인처럼 겉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