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정진의 길
나의 작은 강아지가 갑자기 아프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고 새끼 때는 으레 아플 수 있다는데도 내 마음은 너무 쉽게 흔들린다. 어쩌면 나는 이 작은 털뭉치에게 많은 위로를 얻고 사랑을 받고 있나 보다. 내가 아이를 돌봐주느라 사랑을 주는 존재라고 착각했는데 사실 나는 얘한테서 사랑을 받기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약을 타왔다. 열이 나고 기운 없는 강아지를 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눈물 흘리는 거 말곤 아무것도 없다. 애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오랜만에 108배를 했다. 고작 108배에 허벅지가 후들거린다. 지난여름 화엄사에서 눈물 흘리며 절했던 걸 몸이 기억할 법도 한데 전혀 티 나지 않을 만큼 나태해졌다.
세상 일이 다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저 내 마음 하나만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조차 힘들어서 이렇게 파르르 떨고 작은 일에 연연하며 눈물을 헤프게 낭비하고 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다시 나에서 끝난다.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 바람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그러니 뿌리를 더욱 단단히 잡아야 한다. 그래야 위로 갈수록 이파리들이 유연하게 춤을 출 수 있다. 수행에 게을렀던 최근을 반성한다.
나의 아기 강아지가 그저 늘 밝고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내일 아침에도 나부터 바로 잡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