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금요일 저녁에
약속이 없는 금요일, 정신과에 들러서 약을 타고 혼자 밥을 먹는다. 20평 남짓한 식당에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다. 혼자 밥 먹는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오늘은 왠지 쓸쓸하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개의치 않고 사이드 메뉴까지 시켜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의 좋은 에너지가 내 몸에 그대로 전해진다. 내가 먹고 마시고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들이 축적되어 미래의 나를 만든다. 혼자 밥을 먹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다행이다. 누구와 함께 밥을 먹었다면 대화에 집중하느라 사색에 잠길 새도 없었겠지.
옛날에 혼자 여행할 때 외로움이 때때로 나를 찾아오면 그건 그거대로 기꺼이 받아들여 즐겼다. 나는 내가 독립적인 만큼 외로움도 잘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아니다. 외로운 건 외로운 거다. 그래도 고독함,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무릇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서 나를 더 챙기기로 결심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상태라서 좀 더 기민하게 내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었다.
연주 오늘도 혼자라서 외롭구나. 그래서 더 좋은 음식을 먹었고, 부드러운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모든 친구들을 뒤로하고, 인간관계를 억지로 끊어내고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지금 현실이 얄궂기만 하다. 5월에는 노는 날이 많아서 더 쓸쓸하다. 약속 하나 없는 황금연휴가 속상하다. 아무래도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