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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연주 May 11. 2024

별안간 집을 짓고 싶어졌다.

집도 절도 없으면서 무슨 소리?

내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을 때 숨을 곳 하나 없는 게 한으로 남은 걸까. 최근 들어 갑자기 시골에 집을 짓고 싶어졌다. 도시를 떠나면 숨통이 좀 트이기라도 할까 싶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무의식 중에 계속 자연을 찾아 헤매는 건 나도 자연의 작은 일부라는 걸 알기 때문인가.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뇌리에 조금이라도 남아서일지도.


홍길동은 나와의 문제는 고사하고 남쪽 바닷가 어디 시골에 세를 얻었다고 들었다. 지는 편해서 좋겠다. 문제 해결 능력 없어도 당장 눈앞의 자기 기분은 달랠 줄 아는 사람이라서. 거기 가서 살고 싶은 건 니가 아니라 나인데. 소란한 이 도시는 몹시 피로하다. 내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다니는 회사까지 퍼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홍길동은 오래된 꼬리표가 되어 소문처럼 나를 영원히 따라다니겠지.




시골에 버려진 촌집은 몇 천만 원이던데 버려진 집을 사서 고쳐 살고 싶다. 폐허가 된 내 마음도 공들여 다시 짓는 기분으로. 요즘 매일같이 시골집 직거래 매물을 본다. 거기 틀어박혀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나 쓰고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나 몰아보고 싶다. 나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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