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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연주 May 10. 2024

"서울 가야 니가 남엇다"

아무도 안 구해줘. 니가 너를 구해야지. 인생이 니 생각보다 훨씬 길어.

영화 <내가 죽던 날>

“바보같이 몰랐어요. 그래서 벌 받나 봐요. 아무도 안 남았어요.”

세상 가장자리로 밀려난 채 벼랑 끝에 밭게 서서 외치는 세진의 말에 순천댁이 간절히 건네는 말.


남편의 외도, 뒤통수 맞은 이혼소송까지 한순간에 지옥으로 끌려간 현수와 자기 잘못이 없는데 섬에 갇힌 채 감시당하는 세진,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조카를 혼자서 책임지다가 삶이 버거워 들이킨 농약에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 삶이 갑자기 나를 덮치고 모든 걸 상실한 기분. 닮은 게 하나 없는 세 여자는 묘하게 서로 닮아있었다.




가만 보니 현수도 세진도 순천댁도 다 나였다. 어젯밤 우연히 넷플릭스를 돌리다가 본 영화에 혼절할 정도로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오늘 다시 봤다. 아무리 좋은 영화여도 이틀 연속 본 적은 없는데. 내게 필요했던 시의적절한 위로.


먹먹한 여운에 또 눈물이 차오른다. 나도 예전처럼 다시 밝게 살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어쩌면 내 발을 꽁꽁 묶어두고 나를 가둬놓은 건 홍길동과 그의 가족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붙잡고 싶어 하고 현재를 부정하고 후회하면서. 불행을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옛날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내가 다시 태어난다. 죽음과 생명은 끝없이 이어진 굴레인 것처럼. 죽지 못해 산다는 말 대신 살기 위해 죽는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옛날의 나는 죽었어. 내가 그냥 콱 죽여버렸어. 그러니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 거야.



구원은 셀프라는 말,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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