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숨고 싶은데. (그러니 제발 좀 끝나면 좋겠다!)
어제 갑자기 꿈에 내가 나왔다며 잘 지내냐고 연락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하필 같은 날 또 다른 친구에게서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생각이 났다고 연락이 왔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그저 우연의 일치라기엔 꽤 신기한 일이다. 설마 내가 어젯밤 꿈의 세계에서 여느 때와 같이 지친 영혼을 이끌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친구들 마음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기라도 한 걸까.
결혼식 직후에 감사 인사를 돌릴 새도 없이 모두와 연락을 끊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으니 내 상황을 모르는 친구들이 나를 오해해서 인연이 끊긴다 해도 할 말 없다. 그런데도 먼저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다시 약해지게 만든다. 다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울컥해서 눈물이 맺힌다. ‘이맘때쯤 결혼한 연주는 잘 지내나?’ 다들 비슷한 생각인 건지 5월이 되자 내게 조심스레 안부를 묻는 친구들만 벌써 세어보니 7명이었다. 그들 중 내가 한국에 있는 걸 아는 친구는 아무도 없다.
나는 정말 복이 많고 운이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이만큼 두고 있으니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가도 이내 그 마음을 접는다. 관계의 소중함과 사랑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 덕분에 다시 용기를 얻는다.
아무리 도망치고 숨어도 결국 다시 사람, 또 사랑.
주변에서 내민 따뜻한 손과 다정한 말 한마디에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인생에 남는 건 결국 사람, 내가 진실되게 맺어온 관계들, 열심히 가꾼 사랑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마음이 이미 지옥인 홍길동의 영혼이 그저 우습고 불쌍할 뿐이다.
어느 정도 이 과정이 끝나고 아픔을 이겨내면 내게 노력해 준 모든 이들에게 꼭 더 큰 마음으로 돌려줘야지. 그러기 위해서라도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만 곁에 두고 좋은 에너지만 가까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