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느낌
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똑같은 일상. 요즘 날이 좋아서 밤 아홉 시가 넘도록 공원에 사람이 많았다. 퇴근길에 데이트하는 연인들, 밥 먹고 산책하는 가족들,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학생들까지. 피부를 가볍게 스치는 초여름 밤바람과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버무려진 적당히 산뜻한 소음.
오늘은 평소보다 멀리까지 걷게 되어서 옆 동네 도서관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지?’ 평소보다 오래 산책을 했는데도 도서관은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사방이 유리건물로 된 열람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 중이었다.
도서관을 보니 갑자기 책을 빌리고 싶어졌다. 다분히 충동적인 생각이었다. 짧은 순간에도 반납을 편하게 하려면 눈앞에 있는 옆 동네 도서관 말고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가야겠다는 판단까지 했다. 일단 강아지를 집에 데려다 놓기 위해서 미친 듯이 뛰었다. 영문도 모르는 애는 덩달아 신나서 나보다 훨씬 앞서나가더라.
그리고 강아지를 집에 내려놓고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다시 현관문을 나서서 도서관까지 전력질주. 게임 미션을 하는 기분으로 숨도 쉬지 않고 뛰었다. 도서관이 밤 10시까지 하는 줄도 몰랐는데 우연히 산책하다가 뭐에 홀렸는지 3km를 달려서 책을 세 권 빌렸다. 모두 심리학, 정신의학,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제는 홍길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치료하기 위해 읽는다.
잊고 있었던 감정.
폐가 찢어질 것처럼 숨이 차오르고 죽을 것처럼 힘들어서 땅바닥에 철퍼덕 드러눕고 싶은 심정.
20대 후반에 열심히 1년 동안 러닝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추억 삼아 하프 마라톤도 완주했었는데. 그때 나는 참 건강하고 맑았다.
오랜만에 뛰니 좋았다. 쉬지 않고 전속질주한 그 끝이 도서관이라서 더 뿌듯하고.
6월 약속 하나 더 추가.
1주일에 3일씩 가볍게 뛰기.
우울증에는 러닝이 그렇게 좋다더라! (사실 무슨 운동이든 다 좋은 건 이미 알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