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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연주 Jan 10. 2024

We are all broken

That's how the light gets in



매일 아침 감히 눈뜨는 것마저 곤욕스러웠을 때, 나를 잘 모르던 파란 눈의 금발 외국인이 내게 건네준 위로의 말이 있다.


The wound is the place where the light enters you.


그때는 당연히 그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 마음은 이미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실체가 없었다. 매일 하늘에 죽게 해달라고 빌었던 시기였다. 정신과에서 준 약들을 모아 한 입에 털어 넣고 싶다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시도하기엔 나는 너무 소심한 겁쟁이였다. 버리고 가기엔 사랑했던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매일 다른 색으로 물드는 노을,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계절의 조각,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작은 풀벌레 소리, 아직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깨끗한 눈을 처음 밟을 때의 기분, 바다 위에 뜬 커다란 달, 아침에 주방을 가득 채우는 커피 향기, 재즈 밴드의 묵직한 콘트라베이스 선율…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저버릴 용기가 없었다. 사랑하면 지는 거라더니, 나는 남편을 더 많이 사랑했다는 이유로 내 인생을 지옥에 저당 잡혔다. 남편 말고도 사랑하는 것들이 아직 많아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게 애석했다.




며칠 전 다른 분의 브런치에서 사주 대운에 대한 글을 읽었다.


대운이 바뀔 때 나타나는 공통적 증상
1. 인간관계의 변화
2. 이민, 이사, 퇴직, 이직, 결혼, 이혼 등 환경의 변화
3. 마음가짐의 변화
4. 건강 상태의 변화
5. 악재가 연달아 겹치고 죽을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대운을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예시에 나오는 모든 변화를 동시에 겪었다. 나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운이 바뀐다. 1년 안에 이민, 이사, 퇴직, 이직, 결혼, 이혼을 다 해본 사람이 전국에 나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확실히 나밖에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책을 낼 때 이걸로 제목을 지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자극적이다. 뭐 예를 들어 <1년 안에 이민, 이사, 퇴직, 이직, 결혼, 이혼해 보기>라든지.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처럼 어느 정도 이목을 끌 순 있지 않을까.


평균적으로 초년기 대운은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에 있다보니 크게 겪을 가능성이 적다고. 사람들이 대운의 변화를 스스로 인지하는 건 대부분 30대 시절 대운부터라는 내용을 읽으니, 이쯤 되면 내가 대비할 수도 피할 수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인간은 후회와 합리화의 사이에서 평생 고민한다는 내용의 책을 읽었다. 후회는 마치 금기된 감정과도 같아서 사람들은 후회를 피하기 위해서 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긍정의 힘은 분명 필요하지만, 후회를 배제한 지나친 긍정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후회의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통해 위대한 성장을 논하는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누가 영어로 해줬던 말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나는 더 반짝이기 위해서 이 시련을 지나고 있나 보다. 산산조각 나버린 내 마음이 깨지고 부서진 덕분에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비통스럽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올해부터 대운이 바뀐다니 앞으로 10년 동안 나는 정말 엄청나게 빛날 예정이다. 모두들 내 반짝임에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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