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경력 품고 제주도청에서 찾은 개방직 단서
이달 들어 제주 안 신문과 방송에서 ‘누가 2026년 6·3 전국동시지방선거 도지사 후보로 나설지’를 짚는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현직 도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후보군에 닿는 눈길이 잦았다.
현직 도지사가 새해 2월 17일 설날쯤에 재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지만 이미 더불어민주당 안 공천을 둘러싼 여러 짐작이 솟았기 때문. 이런 흐름은 사실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2025년 2월 6일 제주특별자치도청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재선에 나설 것인지를 직접 묻는 질문이 나왔고, 7월 2일 2026년 6·3 제주 도지사 선거에 누가 나설지를 짚는 여러 보도에서도 현직 지사 출마 여부가 가장 큰 가늠자로 떴다.
2025년 2월 28일 이 같은 짐작과 흐름 속에 제주도청 대변인(실) 메시지팀장 공개 모집 공고가 나왔다. 도정 홍보 메시지와 연설문과 인터뷰 자료 들을 계획하고 만드는 일. 같은 날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 임기를 마친 나는 제주도청 메시지팀장이 내게 걸맞을 만한 일터일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첫 관문인 ‘응시 자격 요건’ 속 ‘관련 분야’에 초점.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방송·신문사 등 언론사에서 홍보, 공보 분야에 근무·연구한 경력.’ 전자신문과 뉴스타파에서 26년 3개월 동안 기자였고, 언론노조에서 3년 7개월간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 보고서와 성명·회견·보도 자료를 기획하고 만들어 온 내게도 응시할 자격이 있는 걸까. 그동안 보도는 많이 했되 홍보·공보 경력이 있는지를 두고 물음표가 섰다. 보도와 홍보 사이에 어정쩡히 섰다고 할까.
▴제주도청 메시지팀장 면접 일정 안내 문자메시지(왼쪽)와 심사 계획 공고. 여섯 명이 서류 전형을 넘어 면접 심사 후보에 올랐다. 제주도청 문자메시지와 홈페이지 공고 갈무리.
2025년 3월 25일 서류 전형을 넘어섰다. 응시 자격이 있었다는 얘기. 바로미터 하나를 품었다. ‘내가 그동안 했던 일을 밑돌 삼아 홍보를 할 수도 있겠구나.’
제주도청 주차장에서 나는 숨 가다듬었다. 2025년 4월 15일 오후 세 시 삼십 분 면접을 앞두고. 7조 6529억 원에 이르는 민선 8기 제주도 공약 사업 여럿을 살피며. 공개 채용 면접장에 들어가는 게 1995년 2월 전자신문 수습 기자 시험 뒤로 30년 만이라 갈피가 어지러웠다. ‘요즘엔 면접을 어찌 펼칠까. 어떤 질문이 나올까. 어찌 대답해야 면접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까.’
제주도청 1청사 본관 지하 회의실 가운데 하나. 2025년 4월 15일 오후 세 시 십오 분쯤. 나는 땅 아래 창 없는 방에 홀로 앉아 손목시계 초바늘을 내려다봤다. 면접자 사이 격리. 여섯 명이 면접 시험에 올 거였지만 서로 보지 못했다. 여섯 명이 모두 온 건지조차 알 수 없었고. 면접자가 움직일 곳과 때를 엇갈리게 한 것으로 읽혔다.
나는 대답하기에 쉽지 않을 성싶은 질문을 짚었다. 2024년 5월 현직 도지사가 중국계 백통신원 리조트 객실에서 비공개 점심을 먹었고, 이와 관련한 난개발 특혜 의혹 보도가 있었는데 어찌 생각하느냐는 거. 또는 그런 일에 어찌 대응할 거냐는 것. 제주MBC가 보도했고 지역 안 주요 매체 기사도 잇따랐다. 같은 해 ‘12·3 내란’ 때 도청 문을 닫아건 데다 도지사가 세 시간 동안 청사를 비워 ‘공백’ 논란을 빚은 것도 매한가지. ‘어찌 대답하는 게 좋을까.’ 나는 면접 차례를 코앞에 두고도 아무런 말 매듭을 짓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 맞닥뜨려 떠오르는 대로 해 보자.’
면접장. 2025년 4월 15일 오후 세 시 삼십 분께. “후보자님 들어가십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문을 열어 주는 제주도청 관계자. 내가 앉을 책상을 두고 디귿 자로 감쌀 듯 둘러앉은 심사위원 다섯 명. 백통신원 리조트와 내란 세 시간 공백 논란 관련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30년쯤 묵은 언론 경험과 아는 것을 밑바탕 삼아 두루 웬만큼 대답했다고 생각했을 무렵.
“지금까지 기자로 살아오셨는데··· 기사는 간결체잖아요. 지금 당장 (메시지팀장을) 투입해야 한다던데 (기사 말고) 다양한 글을 잘 쓸 수 있습니까.”
전혀 미리 짚지 못한 질문. 30년쯤 거의 매일 글을 쓰며 산 이력에 힘입어 이런 질문은 나올 리 없을 것으로 나는 여겼다. 당황.
“기사에도··· 여러 형태가 있잖습니까. 칼럼이나 논설도 있고요. 또 제가 오래전부터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말랑말랑한 글을 많이 썼습니다. 책을 여러 권 냈고요. 당선되진 않았지만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 단편 소설을 몇 번 쓴 적도 있습니다. 어떤 글이든 유연히 써낼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했던 심사위원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가 정말 ‘그렇겠구나’ 여긴 것인지는 모를 일. 그랬기를 나는 바랐다.
나는 그러나 제주도청 메시지팀장 면접 전형에서 떨어졌다. 2025년 4월 21일 오후 두 시 오십칠 분께. 지방자치단체 개방형 직위 ‘응시 자격’ 단서를 품었되 보도와 홍보 사이에 여전히 선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