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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Jan 09. 2022

채찍꼬리도마뱀

2022년 일월 9일 이은용 드림(사진은 2005년 십일월 21일)

 

 채찍꼬리도마뱀(whiptail lizard)은 무성생식(asexual reproduction)을 한다. 암컷과 수컷이 만나 교미할 필요 없이 난자만으로 새끼를 낳는 것. 왜? 비가 찔끔거리고, 방울뱀이 많은 애리조나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 간편한 종족번식 수단이 필요해서? 그냥 귀찮아서?

 이 친구들, 가끔 야릇한 행동으로 한 번 더 시선을 모은다. 암이 다른 암 등으로 올라가 생식기를 맞댄 뒤 교미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레즈비언 도마뱀’으로 여겼다.

 하지만 채찍꼬리도마뱀을 레즈비언이라고 규정해 버리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무책임할 수도 있다. 채찍꼬리도마뱀이 “나는 레즈비언이 아니야. 그저 심심했을 뿐이야!”라거나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인사하는데 뭐 잘못됐어?”라는데, 사람 말을 하지 않는 까닭에 인간이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아직까지 채찍꼬리도마뱀이 ‘왜’ 레즈비언처럼 행동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레즈비언처럼’이라는 해석도 ‘사람이 보기에’ 그렇다는 것일 뿐. 그런 행동이 관찰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그 관찰에도 문제가 있었다. 인위적인 공간 실험상자  안에서만 관찰된 현상인 것. 사로잡히지 않은 자연 속에서 채찍꼬리도마뱀 암이 다른 암등에 올라탄 것을 봤다며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선 사람 과학자 도 없는 상태다.

 여기서 잠깐 턱을 괴어 보자. 드넓은 애리조나 사막에서 채찍꼬리도마뱀 두 마리가 아주 우연히 마주치는 것과 실험상자 안에서 여러 마리가 부대끼는 상황은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채찍꼬리도마뱀의 성 취향이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막과 실험상자에서 행동이 똑같을 수도 있다. 좁은 상자에 갇힌 채찍꼬리도마뱀이 그 나름의 스트레스를 풀거나 영역을 다투는 일일 수도 있겠다.

 1980년대 후반 과학기술계 논쟁거리였던 채찍꼬리도마뱀의 흥미로운 행동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렸다. 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실험을 근거로 한 추론·분석과 진짜(fact) 사이가 가늠키 어려울 만큼 멀어서다.

 가끔 쥐 실험 결과를 들고 나타나서는 ‘머지않아’ 사람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처럼 너무 쉽게 말해 버리는 과학자가 있다. 그게 언제쯤이냐고 물으면 대충 얼버무리기도 하고.

By Eun-yo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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