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기부런은 달리기를 통해 화상환자를 지원한다.
가을햇살이 따스하게 내 몸을 감싼다. 파란 하늘이 드높다. 머리카락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치듯 지나간다. 1000명이 넘는 참가자들과 도림천변을 달렸다. 연령대는 대개 20~30대였고, 친구들, 연인, 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처럼 홀로 온 러너들도 간혹 눈에 띄었고, 여느 마라톤과는 다르게 중년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마라톤을 전문으로 하는 러너보다는 가볍게 참여한 젊은 친구들이 훨씬 많은 듯하다.
모두 참 이쁘다. 같이 달리는 나도 그 속에 동화된 느낌이 들었다. 땀냄새가 감꽃향처럼 도림천변에 퍼졌다.
사진과 동영상에 담고, 차오르는 숨을 헐떡거리며 반환점을 돌았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절반을 넘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오늘의 미션은 1km에 7분으로 페이스 조절을 하며 완주하는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내 실력이 아닌데 스피드를 내면 분명 멈추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내 호흡을 넘어서는 순간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일도 그렇다. 동료가 부탁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없다. 각박할 수 있어서 들어주다가 정작 내가 맡은 일을 하려고 야근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역량 이상은 거절한다. 야속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5km를 35분 04초에 완주했다. 1km를 7분으로 예측한 만큼 페이스 조절은 성공했다. 중간에 멈추지 않았고, 동일한 속도로 완주했으니 만족한다. 5km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을 통해서 또 배운다. 욕심을 내려놓고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끝까지 간다는 것을 말이다. '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경험치를 얻었다. 기분 좋다.
사실 마라톤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선택했다. 년 2회 정도 5km 건강 달리기를 정기적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사랑밭 기부런 마라톤은 5km, 10km 두 종목으로 진행하며, 참가비 일부는 화상환자 지원을 위해서 사용한다. 나는 건강 달리기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참가비 일부로 화상환자를 지원할 수 있으니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매년 참가할 계획을 세웠다. 다음에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참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균형 있는 식단이 중요하듯이, 운동도 발란스가 중요하다. 어느 한 가지에 치우치는 것보다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코어운동, 스트레칭 등을 적절히 균형 있게 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좋다.
이론과는 다르게 유산소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늦어서 시간 내기도 어려웠지만 조깅할 만한 장소를 찾기도 어려웠다. 고민하다가 출근길에 지하철역까지 달렸다. 에스켈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고, 버스 한 두 역은 걸어 다녔다. 생활 속에서 걷기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홈트로 런지를 했다.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생각하는 것처럼 균형 있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이동성 도메인의 내재역량을 높이기 위한 운동도 각각의 세부 도메인의 조합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세부 도메인을 아래 4가지로 정리했다.
1. 유산소 운동능력 - 심폐기능과 혈관기능, 근육의 대사체계 전반이 관여한다.
2. 근력과 순발력 - 근육의 양과 머리부터 근육까지 연결되는 모든 신경 시스템이 관여한다.
3. 유연성 - 근육을 포함한 여러 결합조직이 그동안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여러 관절의 안전한 가동 범위를 결정한다.
4. 균형과 협응(coordination) - 온몸의 관절들이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으며, 중추신경계 기능이 특히 중요하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정희원 교수 / p99~100 인용>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왜냐면 어느 한 가지라도 떨어지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균형, 결핍, 과잉의 정도와 영역이 다르며 운동도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건강해지는 운동'이란 없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정희원 교수 / p101 인용>
운동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해야 함은 분명하다. 맨발걷기가 아무리 좋아도 당뇨환자는 상처를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에 필요한 야채와 과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운동도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코어 운동, 스트레칭 등을 일상생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설계해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각각의 도메인 영역마다 한 가지씩이라도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