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부부의 귀촌일기 (4) - 우리가 꿈꾸는 삶
운이 좋게도 우리 부부가 바라는 삶, 꿈꾸는 삶은 비슷하다.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서로 돕고,
자연에 이로운 방향으로 소비하고 다시 자연에 돌려주며,
올바른 명상을 세상에 알리는 것.
이 모든 걸 위해 우리 자신이 먼저 깨어나는 것.
우리 부부는 그러한 삶을 위해 조금씩 준비 중이다.
그 일환으로 부여에 땅을 샀다.
남편이나 나나 지방에 살아본 적 없는 서울 태생인데, 연고지도 없는 부여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엔 서울에서 KTX로 멀지 않은 지방(충주, 익산, 공주, 부여 등)을 후보지로 생각하고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부여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었지만 백제의 수도였던 곳이라 관심이 갔고 후보지 중 가장 먼저 갔던 곳이다.
부여읍에서 눈에 띄는 부동산을 무심히 들어가 땅을 보여달라고 했다.
지금의 우리 땅을 만난 건 그 부동산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였다.
우리는 작은 집에,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300~500평쯤 되는 땅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두 번째 방문 때 부동산 사장님이 보여주신 땅은 1800평의 우리의 계획보다 훨씬 큰 땅이었다.
땅을 본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흥분과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터라 잡초만 무성했음에도, 그 땅에서 펼쳐질 우리의 꿈들이 하나씩 그려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땅을 사지 않을 이유는 차고 넘쳤다.
크기도 컸지만, 가장 큰 이유는 땅 명의자와 다른 폐가가 세 채나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흉하게 쓰러질 듯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그 폐가의 주인은 이미 오래전 돌아가셨고, 그 자제분들(총 다섯 분)에게 자동 승계되어 있었는데 자제분들은 해외로, 국내 여기저기로 흩어져 살고 계셔서 추적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폐가 철거에 동의해 주실지도 모르고..
폐가 문제가 생각보다 복병일 수 있다는 글들을 찾아보고 그 땅을 아쉽지만 마음에서 접었다.
그 후, 부여의 다른 부동산에도 들러보고 충주에도 방문하며 그 땅이 잊혀질 때즈음,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그 땅이 꿈에 두 번이나 나왔다.
첫 번째 꿈은, 지금은 지붕만 남아있는 폐가 한 채가 온전한 집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 앞마당에서 팔짝팔짝 뛰놀고 있는 9살의 소녀를 보았고(그 소녀가 나라고 느꼈는데, 내 전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 꿈은 좀 황당하지만 내가 그 땅에서 좀비 떼를 태워 물리치는 꿈이었다.
꿈이 너무나 선명했고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기에, 그 땅을 사라는 신의 계시인가 싶어서 마음을 돌려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땅을 구입한 후, 신기하리만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정말 신이 돕고 있는 듯한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부여에 내려갈 때면 바쁜 일상이 잠시 비켜놔 주었고(일 관련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양가 어른들도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인지 이 땅은 우리 가족만을 위한 보금자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와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밭을 일구고 명상하고 사랑을 나누는 곳이길 바라고, 그래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우리의 꿈을 위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우리 부부는 잘 몰랐다. 우리 꿈에 공감해 주는 건축가를 만나 전체 조감도/설계도를 그려보기도 했지만 당장 현실화하기엔 우리의 자금이 미약해서 그건 장기 플랜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주변에서 설계비를 날린 거 아니냐는 핀잔도 받았지만 언젠가는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쓰고 보니 우리 부부가 좀 이상적인 거 같긴 하다 ㅎ)
그래서 우리가 가진 예산 안에서 우리가 거주할 집을 우선 짓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때마침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남편이 먼저 농촌 생활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시골 생활을 피부로 느끼며 농사 경험도 쌓고, 인맥도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좀 더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