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경계 그 너머의 진심

웃음의 의미에 대하여

by 정은유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나한테는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팀에서 제일 막내가 27살, 사회생활 3년 차의 여자 직원이다. 푸릇푸릇이란 표현에 걸맞게 밝은데, 놀라울 정도로 업무 적응도 빠르다. 대리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성격은 또 얼마나 좋은지 누구에게나 싹싹하고 예의 발라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좀 편애하는 것도 같다. 아니, 편애라기보다 될성부른 나무를 알아본 거라고 치자.


점심시간에 후배랑 둘이 당직근무를 하는 날이었다. 영업지원부 직원과 메신저 나눈 걸 보여주더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작은 메신저상에 담긴 문장이래 봐야 얼마 안 되니 스캔하듯 한눈에 읽혀 버렸다. 이쪽에서 중요한 사항은 다 말한 거 같은데 뻔한 질문을 다시 보냈더라. 우리 회사와 첫 거래 때 해외 납세의무가 있었다가 중간에 없어진 고객이 다시 거래하려면 전처럼 납세자 번호 증빙서류를 내야 하냐는 내용이었다. 응? 납세의무가 없다면서요? 그런데 무슨 증빙을 내시려고요? 이 말을 어떻게 쓰면 짧고 확실하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내가 직접 키보드를 두드렸다.


“납세의무가 없으면 납세자 번호 증빙도 없는 거 아닌가요^^”


까지 쳐놓고 직원 반응을 살폈다. 맘에 들면 엔터키는 직접 누르게 하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내 손을 밀어내면서 놀란 목소리로

“엇! 팀장님, 여기에 그런 웃음 넣으면 안 될 거 같아요!” 한다.


이번엔 내가 놀랐다. 아니 왜?

”~아닌가요”로만 끝나면 정색하는 것 같아서 부드럽게 하려고 붙였는데 뭐가 문제지. 이에 대해 한참을 의견 교환했고 메신저건은 잘 마무리되었다.


사건의 전말을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웃음 이모티콘 중에 특히 ’^^‘는 앞말이 이쁘지 않으면 무소용 내지 되레 마이너스가 된다는, 요즘 시대 소통법을 한참 어린 후배한테 학습당하였음.


* 오늘의 교훈

되도록 앞말을 이쁘게 하는 게 먼저겠으나 건설적인 언쟁이 필요한 시점에서 ^^는 안 붙이겠습니다. 소리언어보다 문자언어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애매한 경계 그 너머의 진심, 즉 웃음의 의미를 오해받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생각, 고운 마음만 나누며 지내기에도 세월은 너무 빠르고 우리 삶은 유한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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