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고른다는 것

뻔한 것 같지만 그래서 어렵기도 한

by 정은유


새해가 되면 늘 하는 다짐이 있다. 이 말인즉 결심만 할 뿐 지키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매년 까먹지 않는 다짐이 있는데, ’ 말을 아끼자 ‘이다.


말이 많으면 당연히 안 해도 될 말이 나오고 본의 아니게 상처 줄 일이 생기니 말을 줄이는 게 근본 해결이 될 거라 생각했다. 자꾸 의식하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러나 현실은 단 하루 아니, 한 시간도 못 지키는 것 같다. 대화 금지 상황 아니고서는 말하지 않으면 죽는 병 걸린 애처럼 잠시도 입이 가만있질 않는데 무슨 변화를 하겠다고. 그래도 다짐은 하고 싶어.






내 성격에 말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나서 차선책으로 신경 쓰는 게 있다. 바로 말을 고르는 것이다. 나이가 깊어갈수록 표현이나 태도에 대해 진중해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준 미션이랄까. 누구에게든 예의 있게, 가식 없이 말하려 노력 중이다. 말을 줄이지 못할 거면 최대한 이쁘게 하기. 이건 다짐이 필요 없을 만큼 혀와 뼈에 새겨져 있을 듯.


물론, 순간 욱해서 엉망으로 말할 때도 많다. 다혈질인 편이라 잠깐을 참지 못해 받은 만큼 갚아주겠다고 독하디 독한 표현을 고른 적이 얼마나 많았을지. 내가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필터 없이 나온 안 이쁜 말들이 셀 수 없을 테지. 망각의 동물답게 많은 불리한 것들을 잊고 사니 다행인지도 모른다.


말을 고르는 건 상대방보다 어쩌면 나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르고 고운 것들로 고른 말들이 듣는 사람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니까. 뇌에서 만든 말이 입에서 소리로 만들어질 때, 내 마음은 이미 알았을 거잖아. 이쁜 말일수록 입안에서 몽글몽글 기분 좋은 느낌, 말 한마디에 정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 싶다.


하지만 세상은 절대 이상적이지 않지. 찰나의 감정을 어쩌지 못해 여과 안된 말들이 마음의 둑을 터뜨리듯 쏟아지기도 할 테고.


말을 고른다는 건 그래서, 완벽을 향한 욕심이 아니라 무수한 실수와 실패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는 작은 싸움인 거다. 어떤 도전이 와도 그 의미를 놓치지 않는 것, 이것만 잘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