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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디렉터 김유경 Oct 06. 2019

돼지고기, 구우면 왜 맛있을까? 마이야르 반응의 비밀

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18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하여 수많은 식당과 브랜드에서 돼지고기 마케팅을 열렬히 펼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 편의점 돼지고기 간편식부터, 이랜드파크의 한식뷔페 자연별곡에서 만날 수 있는 황금돼지 티라미수, 댓잎 삼겹구이, 마늘 떡갈비, 원조 모둠순대 등 황금 돼지 뷔페 메뉴,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베리코, 버크셔, 듀록, 로열 듀록 등 고급 육종, 돼지고기 염장육 샤퀴 테리아의 등장까지 돼지고기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여덟 번째 주제는 돼지고기다.


돼지고기를 구우면 왜 맛있을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바삭한 음식은 곤충과 채소뿐이다. 하지만 불을 이용해 요리하면 훨씬 다양한 종류의 바삭한 음식을 얻을 수 있다. 불로 익히면 음식이 부드러워질 뿐 아니라 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바삭바삭해진다. 이러한 반응을 '캐러멜화'라고 부르는데, 캐러멜화는 포도당에 고온을 가하면 포도당이 갈색으로 변하고 바삭바삭해지는 과정이다. 음식 과학 저술가 해럴드 매기는 "캐러멜화라는 경이로운 변화 덕분에 여러 가지 사탕과 과자를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라고 평했다. 식재료를 불로 익혀 표면이 갈색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으로 인해 인류는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진정한 잡식동물로 바뀌었다.

이 화학반응을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부르는데 포도당이나 녹말 같은 탄수화물 분자가 단백질 덩어리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분자와 반응해서 일어난다. 고기, 밀가루, 채소를 굽거나 튀길 때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데 여기서 바삭한 맛이 생긴다. 고기를 삶을 때는 물 때문에 고기의 표면 온도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까지 오르지 않는다.  반면 고기를 굽거나 튀길 때는 표면 온도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까지 오른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를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바삭바삭하고 풍부한 맛이 나는 것이다. 취재를 다니면서 추천을 할 만한 식당 세 군데를 소개한다.



돼지고기를 가장 맛있게 구워 먹는 방법을 제시하다, 육시리

육시리는 국내산 여섯 가지 돼지고기와 고향을 닮은 음식이 있는 돼지고기 구이집이다. 그동안 삼겹살에만 편향되었던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곳으로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직 국내산 한돈만을 이용하고 있으며, 육시리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여섯 가지 부위의 다양한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 삼겹살이 갖고 있는 고소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방층이 두껍고 육질이 부드러운 암퇘지의 초밀도 삼겹살, 씹는 맛이 살아있는 껍데기가 붙어있는 항정살, 돼지 한 마리에서 딱 200g만 있는 통 가브리살 등이 대표 메뉴다.

“고기는 바싹 익히지 마세요!” 점원들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데 바싹 익히지 않고, 미디엄 웰던으로 익혀 육즙을 촉촉하게 머금고 있는 돼지고기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갈치젓, 고추냉이, 명이나물, 백김치 등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곁들임 반찬이 있어 상추쌈 없이도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버리면 육즙이 말라버리고, 상추쌈과 함께 먹으면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 제시한 육시리만의 솔루션이자 가이드다. (http://6siri.co.kr/)


돼지고기로 이룩한 미식의 정점, 샤퀴테리 전문점 메종조

서초동의 한 좁은 골목에 들어가면 핑크색 돼지가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간판이 달려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메종조 (Maison Jo) 로 프랑스식 육가공품을 말하는 샤퀴테리 전문점이다. 메종조는 오픈하기 전부터 미식가들이 입을 모아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샤퀴테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생기는구나!’ 하면서 고대했던 곳이다. 샤퀴테리는 프로슈토, 살라미, 소시지와 같은 염장육을 말하는데 그동안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수입한 제품들밖에 만날 수 없었는데 메종조는 제주도 돈육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 프랑스에서 샤퀴테리를 만드는 기술은 배우며 실력을 쌓고 돌아온 조우람 셰프는 피순대의 일종인 부댕 누아르, 돼지고기와 소금을 넣어 만든 리예트, 마늘 소시지 등을 매장 뒤에 있는 주방에서 만들고 있다. 샤퀴테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신선한 고기와 소금, 시간으로 주기적으로 제주도에서 제주도 돼지고기를 주문하여 정성껏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닭고기, 오리고기로도 만들고 있으며, 저녁에는 사전 예약을 받아 내추럴 와인과 함께 샤퀴테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maison_jo_/)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 전국일주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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