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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디렉터 김유경 Oct 11. 2019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맛있는 여정, 오마카세

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30

가장 호화스러운 파인다이닝은 무엇일까? 혼자서 즐기는 30만원 코스의 다이닝? 빈티지 샴페인과 함께 즐기는 50만원 코스의 다이닝?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의 100만원 코스 다이닝? 정답은 없다. 전세계에 20개 이상의 레스토랑, 18개 이상의 미쉐린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셰프 알랭뒤카스 (Alain Ducasse) 는 파인다이닝 (Fine Dining) 이라는 것은 ‘추억을 파는 것’ 이기 때문에 식사를 즐기는 동안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셰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고, 그가 준비해주는 요리라면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있을 때 돈으로 매길 수 없는 호화스러운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식재료의 선택부터 메뉴의 선택까지 손님이 온전히 셰프에게 맡기는 것을 오마카세라고 하는데, 요즘의 한국은 다양한 분야의 오마카세로 미식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서른번째 주제는 오마카세다.



가장 신선한 해산물로 당신만을 위한 코스를 만들어 드립니다, 스시 오마카세 

오마카세라는 말은 ‘맡긴다’라는 뜻으로 손님이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셰프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고, 신선한 재료뿐만 아니라 그의 창의력까지 엿볼 수 있는 과정 전체를 말한다. 이 과정은 일본의 스시식당에서 ‘셰프의 추천메뉴’ 로 시작되었는데, 손님의 취향에 맞게 기존에 있는 메뉴를 재구성하거나 오마카세를 위한 창의적인 메뉴를 만들어 제공한다. 스시의 경우 샤리 (밥)의 양은 적게, 네타 (생선)의 꼬리는 길게, 참치를 선호한다는 등의 요청사항을 이야기하면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제공해준다. 마치 몸에 꼭 맞는 양복을 입기 위해 커스터마이징 (Customizing) 양복점을 가는 것과 같다. 특히 해산물은 계절에 따라, 어획량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손님이 고르는 것보다 식재료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고르는 셰프의 안목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스시 오마카세는 스시코우지와 같은 하이엔드 스시야뿐만 아니라 갓포치유, 갓포아키와 같은 일본 요리 전문점에서도 즐길 수 있다. 보통 주류를 제외한 1인 가격으로 정해져있으며, 가격에 따라 10가지부터 20가지가 넘는 요리들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바에 앉으면 스시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며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보는 재미까지 있어 즐거움이 배가된다. 



미식가들의 성지, 셰프의 창의력으로 재구현되는 한우 오마카세

스시 오마카세에 이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새로운 분야는 바로 한우 오마카세. 이름 그대로 셰프가 엄선한 국내산 소고기를 부위별로 먹을 수 있고, 한우를 활용한 다양한 창작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고기를 부위별로 구분지어 즐겨먹는데, 등심과 안심은 구이요리로, 우둔살은 육회로, 양지와 사태는 국거리로 먹는 등 부위 특성별로 서로 다른 요리법으로 먹어왔다. 여기서 더 진화한 것이 한우 오마카세인데, 고기는 미리 숙성해서 셰프가 눈 앞에서 적당하게 구워, 파인다이닝처럼 새로운 그릇에 새로운 고기요리를 올려 제공한다. 고기 본연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렸을뿐만 아니라, 특수 부위를 따로 맛볼 수도 있고, 그 고기를 활용해 새로운 요리로 창조하여 제공하니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우 오마카세는 마장동 본앤브레드를 시작으로 김호윤 셰프의 모퉁이우 Ripe, 박준형 셰프의 구전동화 등 다양한 컨셉의 한우 오마카세가 오픈하였다. 한우 오마카세 역시 1인 기준 고정 가격으로 책정이 되있으며, 가격에 따라 고기의 종류와 메뉴의 갯수가 달라진다. 한우 오마카세를 더욱 맛있게 즐기기 위해선 와인이나 전통주, 소주 등의 주류 페어링도 중요한데, 이는 업장에서 상주하고 있는 소믈리에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 칵테일 오마카세

누구나 선호하는 맛은 있고, 누구나 꺼리는 맛이 있다. 특히 술의 경우 기호가 확실한 식품이기 때문에 더욱 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많이 편중된다. 진토닉, 네그로니, 다이퀴리, 맨하탄, 오드 패션드 등 어딜가나 먹을 수 있는 클래식 칵테일은 맛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특별히 그 맛을 좋아해야 주문할 수 있는데, 각자의 취향을 찾기 전에는 수많은 실패를 거치며 모험을 해야한다. 하지만 바텐더와 조금 친해지면, 칵테일에 대한 개인의 취향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는데 나만의 취향을 찾으면 이제 내 입에 맞는 칵테일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칵테일의 베이스는 보드카면 좋겠고, 레몬이나 자몽 같은 새콤한 맛을 좋아해요” 등의 요청 사항을 전달하면 메뉴에 없는 칵테일을 만들어 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어느 바에 가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스시 오마카세와 한우 오마카세는 최근에 주목을 받은 제공 방식이라면 사실 칵테일 오마카세는 아주 오래전부터 칵테일 애호가들이 하던 방식이다. 

하지만 “그 다음엔 뭐먹지?”라는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처방책까지 제시하는 곳이 생겼는데, 강남 영동시장 안에 있는 칵테일바 장생건강원이다. 장생건강원은 20년전부터 흑염소 진액, 호박즙, 배즙과 같은 건강음료를 만들던 탕제원인데 JW메리어트 출신의 바텐더 레오와 브랜든이 ‘당신의 칵테일을 처방합니다’ 라는 목표로 탕제원을 바(Bar)로 재탄생시켰다. 바텐더 레오는 도라지, 깻잎, 호박죽 등을 이용해서 크리에이티브한 칵테일을 제조하는데 각자의 취향에 대해 질문을 한 뒤 입맛에 꼭 맞는 칵테일을 연달아 제공한다. 수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바텐더 레오만의 자신감으로 칵테일을 더 편안하고, 재미있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셰프와 바텐더에게 맡기고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맛있는 여정을 즐겨보면 어떨까?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 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 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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