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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y 23.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세비야

요리, 무용

2015년 10월 2일


메트로폴 파라솔


요리- 파에야


프라이팬에 해물과 같이 들어있는 양념을 넣고 얼었던 것을 녹이고 밥을 넣어서 볶았다. 국물이 많아서 죽 같이 되었지만 냄새는 끝내줬다.

한 입 먹어보는 순간 이렇게 맛있는 파에야가 없었다. 내가 만든 파에야가 지금까지 중에 제일 맛있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48'                               


스페인은 나의 유럽여행 중 처음으로 지중해 음식문화를 맛볼 수 있는 국가였다. 아일랜드, 영국, 네덜란드는 먹을거리가 없었고 프랑스 빵, 벨기에 와플, 독일의 부르스트 정도가 입맛을 돋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고생하던 중 스페인에 와서는 무엇을 먹을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스페인 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눈길을 끈 건 볶음밥과 비슷하게 생긴 파에야였다. 파에야는 해산물, 고기, 야채 등을 밥과 함께 볶은 스페인 요리인데 한국인의 입맛과 딱 맞는 음식이다.


파에야의 첫 시도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날 저녁이었다. 숙소에서 주방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바로 마트로 달려갔다. 스페인어를 읽을 수 없던 나는 무작정 표지에 있는 파에야 그림만 보고 구입을 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내용물은 해산물과 야채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날 저녁은 밥이 없는 파에야를 먹어야 했다. 그 날 이후 파에야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시장에서도 파에야를 먹고 외식을 할 때도 파에야 식당을 찾아갔다. 하지만 파에야를 먹으면 먹을수록 파에야에 대한 갈망은 더 커져갔다.


세비야 대성당 입구 앞
히랄다 탑에서 본 세비야의 전경
세비야 대성당 내 정원


세비야 대성당 관람을 마치고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트에 들렀다. 여행 초기에는 식비를 절약하고자 빵과 샌드위치만 찾았지만 어느샌가 내 눈은 마트 전체를 훑어보고 있었다. 마트에는 과일, 육류, 수산, 야채, 냉동식품 등 여러 가지 코너들이 존재했다. 스페인어는 읽을 줄 모르지만 그림은 볼 수 있었다. 내가 찾던 파에야는 가공식품 코너 한쪽에 진열되어 있었다. 파에야는 1인분이었고 조리방법에는 밥에 대한 설명도 같이 쓰여있었다.


이게 내가 찾고 있었던 파에야다!


평소 집에서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집밥만 먹던 내가 요리를 하기 위해 직접 나설 줄 생각도 못했다. 나는 최대한 완벽하게 파에야를 만들기 위해 표지에 쓰여있는 조리방법을 구글 번역기를 통해 번역했다. 조리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를 한 후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숙소의 주방에 들어가 가스레인지를 키고 프라이팬을 올렸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봉지 안에 들어있는 소스를 부었다. 소스와 함께 해산물, 야채도 같이 익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국물이 줄어들고 걸쭉해졌다. 마지막으로 밥을 그 위에 넣고 볶음밥을 하듯이 주걱으로 볶았다. 시간이 지나자 밥이 익기 시작하고 군침을 자극하는 냄새가 주방에 확 퍼졌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에야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2015년 10월 3일


알카사르의 정원


무용- 플라멩코


플라멩코는 크게 4막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기타를 연주하는 연주자와 박자를 맞추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꾼이 나왔다. 연주자는 기타 반주를 하고 소리 꾼은 박수와 발을 구름으로 박자를 나타내더니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구슬픈 것 같으면서 박자가 있어서 그런지 이상한 느낌이 났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49'


예술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악, 미술뿐만 아니라 무용도 포함된다. 다만 무용은 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는 예술 활동이기 때문에 음악적 활동인지 육체적 활동인지에 대해서는 구분이 모호하다. 무용은 때에 따라서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체육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세비야에서 관람한 플라멩코는 안달루시아의 전통 무용 중 하나이다. 플라멩코를 음악이냐 체육이냐로 구분해야 한다면 음악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플라멩코의 동작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플라멩코 공연은 예약한 손님만 입장할 수 있었고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었다. 공연장은 많아봐야 30-40명이 앉아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옆에 앉아있었던 중국인 모녀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공연이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공연 담당자가 공연에 대한 안내를 한 후 무대의 불이 하나둘씩 꺼졌다. 긴장되는 순간도 잠시 암전이 끝나고 무대가 다시 환해졌다.


플라멩코 공연


플라멩코는 무용수와 연주자의 구분이 없다. 무용수가 춤을 추면서 손과 발을 이용해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용수는 다른 무용수가 무대 앞에서 춤을 추고 있을 때도 무대 뒤에서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연주를 해준다. 한편 플라멩코에는 2명의 무용수 외에도 기타를 치는 연주자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있다. 구슬프게 우는 기타 반주와 노랫 가닥 사이로 무용수들의 활기찬 몸동작이 마음의 소리를 표출해내었다. 플라멩코는 춤, 박자, 소리가 얽히고설켜 하나로 어우러졌다.


무용수들이 표현하는 손동작, 발동작 하나까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될 만큼 정교했고 그들의 호흡까지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전체적인 연주와 맞아떨어졌다. 그들이 내는 발소리는 마치 내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술의 표현 수단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대단하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표현해 내는 수단을 통해 감상을 하지만 예술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그들의 내면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에스파냐 광장의 전경
세비야의 밤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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