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추위까지 느껴져

루드비그 문테, 뒤셀도르프 알레 거리

by 유상현

<여행지에서 만난 그림 한 점>

- 작품명 : 뒤셀도르프 알레 거리 (Alleestraße in Düsseldorf)

- 작가 : 루드비그 문테 (Ludwig Munthe)

- 제작시기 : 1891년

- 전시장소 : 뒤셀도르프 예술궁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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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순간 "춥다"는 감정이 느껴진다. 분명 따뜻한 미술관인데 한기가 느껴진다. 찬 바람 부는 겨울 밤거리를 실제로 걷는 듯한 정서적 몰입감을 주는 이 그림. 노르웨이 화가 루드비그 문테의 작품이다.


문테는 춥디 추운 북유럽 출신이다. 그런데 독일 뒤셀도르프에 정착해 화가로 활동하면서 유독 겨울 풍경을 사랑했다고 한다. 아마 북유럽과는 다른 환경의 분주한 도시에 겨울의 온도가 스며든 것이 그의 취향을 저격한 모양이다. 겨울 풍경화를 특히 많이 그렸는데 <뒤셀도르프 알레 거리>가 그 대표작이다.

겨울밤, 비가 내리는 듯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걷는다. 자세히 보면 바람도 세게 보는 듯 옷자락이 나풀거린다. 손이 시린듯 우산을 들지 않은 손은 주머니에 넣은 것처럼 보인다. 빛을 고스란히 반사할 정도로 흠뻑 젖은 길 위에 아직 녹지 않은 눈도 보인다. 정리하면, 폭설이 한 바탕 지나간 뒤 겨울비가 스산하게 내리는 가운데 사람들은 찬바람을 맞으며 밤거리를 바삐 오가는 장면으로 보인다. 이렇듯 밤거리의 비바람을 뚫고 걸을 때 뼛속까지 시리는 그 기분을 잘 알기 때문에 그림만 보아도 춥고 서늘한 온도가 느껴지는 것일 게다.


그런데 어두운 밤거리가 크게 어둡지 않다. 하늘은 컴컴하지만 거리는 빛이 환하다. 환한 가로등은 지면까지 밝게 비춘다. 검은 하늘과 전구색 빛의 조화 속에 등장인물은 형체를 식별하기 어렵게 어둡고 작게 묘사되었다. 즉, 춥고 어두운 겨울밤이지만 도시는 환하게 빛나고 있는 반면, 도시의 구성원인 사람들은 존재감이 희미하다. 이것이 산업혁명 후 급속도로 팽창하며 번화한 20세기초 대도시를 바라보는 문테의 시각이다.

여담이지만, 작품 속의 가스등은 당시 뒤셀도르프가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번영을 상징하는 신문물'로서 도시에 막 등장하였다. 지금도 뒤셀도르프를 여행할 때 구시가지 곳곳에서 가스등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복고풍 정취를 자아내는 옛 문물이지만, 그림 속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신문물이던 시기를 보여준다.


보기만 해도 추위가 느껴지는 겨울의 습한 공기, 우산을 쓰고 웅크린 채 바쁘게 밤거리를 걷는 이름모를 사람들, 어둠이 삼킨 건물, 밤을 밝히는 도시의 문물. 과장을 보태 비유하면, 시골 촌놈이 도시에 와서 본 어느 겨울밤 풍경이다. 그는 도시인의 한 순간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 속에 21세기의 도시인과 다를바 없는 바쁘고 분주한 20세기의 밤거리가 담겼다.


<여행지에서 만난 그림 한 점>

미술에 문외한인 여행작가가 여행 중 만난 미술 작품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어느날은 길게, 어느날은 짧게, 어느날은 비평으로, 어느날은 감상으로, 하여튼 미술을 말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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