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리버만, 앵무새 길 (1902)
<여행지에서 만난 그림 한 점>
- 작품명 : 앵무새 길 (The Parrot Walk)
- 작가 : 막스 리버만 (Max Liebermann)
- 제작시기 : 1902년
- 전시장소 : 브레멘 미술관
독일 인상주의 화가 TOP3로 항상 언급되는 막스 리버만. 처음에는 사실주의적 회화로 출발했다. 노동자의 고난한 일상, 요양원에 갇힌 사회적 약자 등이 두터운 붓질로 캔버스에 기록되었다. 그런 리버만이 프랑스 인상주의에 깊게 영향을 받은 후 네덜란드에 머물던 시기, 그는 활기차고 자유로운 암스테르담 도시 문화에 매료되었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두터운 깊이로 묘사하던 그가 사회의 일상적인 영역을 보다 밝고 산뜻하게 그리기 시작하였다.
<앵무새 길>은 리버만이 인상주의에 도전한 초기작이다. 그는 암스테르담 동물원에서 주말 오후의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동물을 구경하며 햇살을 쬐는 오후의 공기를 캔버스에 담았다. 당연히 이런 그림은 빛을 포착한 인상주의 스타일이 제격이다. 암스테르담의 자유로운 공기는 독일 화가 막스 리버만을 인상주의 영역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당시 암스테르담 동물원에는 실제로 '앵무새 길'이 있었다. 말하자면 길게 뻗은 가로수길인데, 관람객이 걷거나 앉아 쉬는 이 공간에 횟대를 세우고 각양각색 앵무새를 두었다. 알아본 바로는 새장 속에 가두는 대신 발에 사슬을 걸어 횃대에 묶어두는 식으로, 관람객이 거리감 없이 앵무새를 구경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새장 속에 있으면 늘 그늘진 공간이겠지만 실외에 노출되어 있으니 새도 사람도 모두 햇빛을 받는다.
울창한 가로수 틈으로 내리쬔 햇빛은 땅바닥에 얼룩처럼 밝은 점을 찍는다. 마치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에서 묘사하였듯 리버만도 빛과 그늘이 대비되는 '밝은 얼룩'을 작품 전체에 장식하였다. 그리고 당시 중산층의 남녀노소 복식을 고증하여 실감을 더하고, 앵무새의 다채로운 컬러도 자연스럽게 다루었다.
오래 걸어서 피곤한지 앉아 쉬는 사람들의 나른한 표정, 모자에 가렸지만 이리저리 배회하며 즐거워보이는 아이들의 모습, 과도한 액션 없이 모두가 평온하게 앵무새를 구경하는 시퀀스에서 나른한 기운이 느껴진다. 오늘날에도 주말 오후에 아이들이 많이 찾는 나들이 코스에 가면 꼭 볼 수 있는 바로 그 장면을 약 125년 전의 암스테르담 동물원을 배경으로 똑같이 볼 수 있는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횃대에 앵무새를 옭아매고 있을 사슬이나 철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과 동물이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함께 하며, 서로 해치지 않고 공생하며 즐거움을 주는 듯하다. 리버만이 의도적으로 '묶어두는 장치'를 생략하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 덕분에 이 '앵무새 길'은 일정한 질서 속에 모든 피조물이 공생하는, 거의 낙원에 가까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그림 한 점>
미술에 문외한인 여행작가가 여행 중 만난 미술 작품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어느날은 길게, 어느날은 짧게, 어느날은 비평으로, 어느날은 감상으로, 하여튼 미술을 말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