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의 책 <내가 화가다 : 페미니즘 미술관>
정일영의 책 <내가 화가다 : 페니미즘 미술관>은 그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페미니즘'입니다. 책은 어렵지 않고, 양도 과하지 않습니다. 크기 자체가 작은 데다가 수많은 도판들이 수록되어 있어 정말 '술술' 넘기면서 읽으면 단 몇 시간 만에 볼 수 있습니다.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다루는 주제도 명확합니다. 1부는 <그리는 여성, 내가 화가다>라는 타이틀로 역사 속에 어렵게 존재했던 '여성 화가'들을 소개합니다. 즉, 1부는 예술적 주체로서의 여성을 다룹니다. 프리다 칼로와 케테 콜비츠, 수잔 발라동과 마리 로랑생, 젠틸레스키와 타마라 렘피카, 그리고 나혜석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예술적 주체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성취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어렵게 확보한 예술적 성취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얼마나 쉽게 흐려지고, 흔들리고, 무너지는지를. 왜 여성 화가에 대한 평가에는 언제나 예술 이외의 요소인 성적 평가와 선입견이 동반되는지를 작가는 1부에서 보여줍니다.
1부 그리는 여성, 내가 화가다
첫째 장. 프리다 칼로와 케테 콜비츠 | 11
박제된 삶과 예술 | 13
둘째 장. 수잔 발라동과 유디트 레이스테르 | 41
보헤미안 이브의 찬란한 반란 | 43
셋째 장. 마리 로랑생과 19세기 여성 화가들 | 73
여성성에 갇힌 자유주의자 | 75
넷째 장.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선구자들 | 117
내가 화가다 | 119
다섯째 장. 타마라 드 렘피카, 그웬 존, 나혜석 | 151
스캔들, 그리고 새로운 시선 | 153
<그려진 여성,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제목의 2부는 예술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작가는 남성 화가들의 시선 속에 포착된 미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성이 어떻게 왜곡되고 굴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빅토리아 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성 자체가 아니라 남성의 시각으로 상상된 혹은 소망된 여성성이 어떤 모습이었지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여성성에 대한 자의적인 구획은 예술 작품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때로는 극단적으로 찬미되기도 하고, 때로는 극단적으로 혐오되거나 금기시되기도 했습니다.
2부 그려진 여성, 내가 주인공이다
여섯째 장. 그리스 신화 속의 여성들 | 183
여성미의 기준은 남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 185
일곱째 장. 만들어진 팜 파탈 | 223
파멸에 이르는 삶을 운명적으로 타고 난 여자들 | 225
여덟째 장. 찬미와 혐오 | 271
굴절되고 왜곡된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 | 273
아홉째 장. 가정, 가족 그리고 아내 | 307더보기
이 책은 가볍게 흥미롭게 읽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읽는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접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될듯합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자료를 접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집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이 갖는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공부해 볼 '애피타이저"라고 이 책을 부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