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의 소설 <국경시장>
김성중의 소설 <국경시장>을 읽다.
김성중이라는 이름에서 <만다라>를 떠올린 당신은 '옛날사람'이다.
<국경시장>과 <인간시장>을 혼동한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작품 속 반짝이는 문장들.
- 나는 내가 항상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적의를 품는다. 그들은 내 약점의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 전깃불이 사라지자 바싹 내려온 달이 우리 사이에 끼어 과음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부추겼던 것이다.
- 변변한 모험 없이 삼십대를 맞는 게 끔찍하다.
- 나는 소년을 죽였노라, 내 기분을 위해......
-하늘에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결함은 대단한 자산이다.
-마음껏 나태하면서도 비난받지 않는 지위를 획득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내가 바라는 삶이기도 한데 나는 그처럼 과감할 수 없다.
-떠날 때마다 내 여행은 점점 길어졌다.
-수많은 나라에서 이방인이 되어 봤으니 진정한 고향을 발견하면 그곳에 머물러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
-슬픈 기억을 모두 버린 후에도 여전히 세상으로 나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텅빈 육체
-모든 것이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달의 음모인 것이다.
거칠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P국 영사관 직원 조에게 어느날 자국민이 국경근처에서
체포되었다는 연락이온다. 국경을 넘다 체포된 사람은 마약을 한 듯 정신이 나가있었고,
결국 발작을 일으켜 죽고만다.
그가 조에게 남긴 메모에 따르면, 그는 친구들과 보름달이 뜨던 어느날 P국과 N국 국경근처에서 자신들의 기억을 팔아 산 물고기 비늘을 마치 화폐처럼 사용할수 있는 '국경시장'에서
소비의 쾌락을 즐기다. 한 친구는 목숨마저 잃고, 다른 한 사람은 모든 기억을, 자신은 구사일생으로 탈출했으나 결국 체포되어 발작으로 죽고만다. 자신들이 버리고 싶은 기억을 팔아 자신들이 욕망하는 무언가를
극대화 하다 결국 파멸을 맞게된다는 줄거리. 매우 익숙하고 진부할 수도 있는 스토리
주인공이 기억을 팔아 얻은 비늘화폐로 얻은 것은-섹스 즉, 육체적 쾌락이었고,
로나는 주로 -인형, 팔찌 등 외모나 치장과 연관된 것을 사는 데
이는 외적 허영이나 가식을 의미하지 않을까.
주코는 주로 책을 탐하다 결국 비늘이 다 떨어지자 스스로 물고기를 잡겠다고 강물에 뛰어들었으나
피라냐 같은 그 물고기들에 희생당한다.
15세 미만의 소년들만 잡을 수 있다는 그 물고기는 결국 팔아야 할, 버려야할 슬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지우고 싶어하는 자신들의 기억을 모두 팔아버리고, 빈 영혼, 감정과 기억이 없는 공허한 육체만 가진 사람들을 먹이로 살을 찌운다.
그토록 자신들이 버리고 싶어하는 기억으로 그들이 소비하고 즐긴 쾌락은 결국
자신들을 파멸로 이끈다는 결말.
물고기 비늘-기억의 편린-슬픈 상처든 좋은 기억이든 뗄려야 뗄수 없는
우리 자신의 일부분을 이루는 구성요소.
우리의 운명, 삶을 이루는 모든 기억이 결국은 좋은 싫든
우리자신의 감정, 우리의 색깔을 만들어 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잊지말것.
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