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가 말이 트이기 전에도 뭔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하며 못마땅하다는 액션을 취해왔는데 말이 좀 트인다 싶으니 그 잔소리의 범위가 넓어졌다. 말을 하지 않을 땐 주로 말 못하긴 본인과 같은 처지인, 길잃고 방황하는 로봇청소기를 향해 폭풍 손가락질을 했는데 요즘 좀 트인다 싶더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뭐라뭐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일과를 세세히 살펴보면
일어나자마자 아가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동생을 따라다니며 '안돼'라고 외치기 바쁘다. 우리집 유전자가 좀 그런건지 11개월밖에 안 된 동생도 하루종일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는데 요즘은 쇼파에 올라가거나 아기테이블을 끌고 다니는 등 다소 과격한 행동을 즐겨 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안돼'를 외치거나 직접 아가를 들어올려 구해준 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일이 항상 있다. 본인이 동생을 지켜줘야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해서.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내동댕이쳐지는 동생은 결국 울고 첫째는 혼이나는 뭐 그런 일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참 방에서 놀다 나오는 날에는 동생이 로봇청소기나 공기청정기 근처에서 놀다가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거나 공기청정기를 전복시키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꿈이는 어디서든 달려와서 '동생, 안돼. 위험해'라고 말하며 동생의 행동을 저지한다. 바쁜 아침준비를 마치고 어린이집 등원길에 오르면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잔소리의 대상이 된다.
내려 오는 길에 엘레베이터에 합류한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와 수다가 시작되는데 사실 엄마니까 알아듣는 발음이 천지라 옆에서 통역해 주기 바쁘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와 우리 아가의 킥보드가 바뀌는 일이 있었는데 다시 자기 킥보드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주로 '친구 킥보드, 없어.'라는 짧은 말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다. '친구가 내 킥보드를 가져가서 내 것이 없어졌어' 뭐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엘레베이터를 집에서 호출시켜놓고 늦게 나와 덩그러니 문만 열리는 층이 생기면 잠깐 내려서 '엘레베이터 왔어요'라고 소리치기도 하고(이 역시 엄마만 알아듣는, 어떻게 보면 그냥 소란스러움일뿐이지만) 어린이집 가는 길에 만나는 꽃과 벌과 새들에게도 뭐라뭐라 한참 말을 한 후 등원을 한다.
그런데 그 잔소리의 대상이 한정적이니 얼마나 심심했을까.
오늘 함께 나갔다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꾸 일침을 놓아서 민망하기도, 기특하기도 했다.
우리 아파트 옆 단지 주차장이 공사중이라 그 구멍에서는 차가 나올 일이 없지만 횡단보도와 신호등은 정상 가동을 하고 있기에 아가와 나는 신호등 앞에 멈춰있었다. 차는 한 대도 지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공사중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신호등을 지키는 게 당연하기에 아가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지나가시던 옆 단지 입주민 분께서 '여기 공사중이라 차 없어요. 그냥 건너요'하고 여러 차례 말씀하시며 건너시는데 우리 아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빨간불 안돼요. 차가 뻥~위험해!"
아저씨의 뒤통수에 대고 열심히 소리치는 와중에 신호가 바뀌었고, '아가가 초록불에 건너야 한다고 해서요.'라고 말하며 지나쳤다. 조금 더 걸어가자 가드레일 위에 올라타서 놀고있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형아가 보였다.
"너무 높아. 떨어지면 아파! 위험해"
형아가 못 들은 것 같았는지 아가는 굳이 가까이 다가가 계속해서 '위험해'라고 외쳤고 그래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학생은 잠시 후 바닥으로 내려왔다.
한참을 웃고 떠들며 돌아다니는데 아가는 갑자기 아파트 단지의 창문들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네모, 네모, 똑같아."
"아파트 창문이 다 똑같지? 모두 다 네모난 모양이네."
"쉿. 쿨쿨 자고 있어."
아가는 갑자기 목소리를 줄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집 안이 어둡구나. 사람들이 자고 있나보네."
"쿨쿨 자. 조용히해"
외출중인지 불이 안 켜진 집들이 많아(사실 불을 켤 시간대도 아니었지만) 아가는 모두 자고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우리가 떠드는 소리에 깰 것이라 생각했는지 갑자기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집에 가기 시작했다.
"꿈이 오늘 재미있었죠?"
"쉿, 조용히해. 자고있어"
나는 우리 아가가 잔소리꿈나무인것이 좋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좋은 점은 그만큼 자발화가 늘었다는 것과 말할 의지가 아주 강하다는 것이고 걱정되는 점은 엄마가 없는 곳에서 용기있게 내뱉은 아가의 말을 누군가 무시하거나 끝까지 알아듣지 못하여 아가가 입을 닫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엄마와 손을 잡고 외출할때에는 아가가 부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를 했을 때 옆에서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말해주기도 하고 아가가 닷 발음을 교정하여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아가는 아가대로 부정확한 발음만 되풀이 하고 사람들은 외면하는 상황이 생겨버리게 될까 걱정이다. 엄마가 복직하기 전에, 주 1회 엄마 손 꼭 잡고 외출하는동안 아가의 발음이 많이 좋아지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