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먼저 달린다

하프마라톤 21Km 완주의 기록

by Eva


혹시 어떤 일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는지?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내가 그랬다.


지난 주 주말 일요일날 21Km 하프마라톤을 한참 달리고 있을 즈음. 갑자기 왜 여기 있지? 라는 생각이 났다가, 2년전 내가 생각했던 어떤 작은 의도가 지금나를 여기에 있게 했구나 ! 라는 생각에 이르자, 문득 달리다가 복받쳐오르는 감정에 나도 모르게 뭉클해져서 눈물이 쏟아져 나올 뻔 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그랬다. 내가 21Km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 건 - 2년전 2023년 추석연휴 시작 직전에, 갑상선 세포검사를 한 이후에, 원장님께서 아무래도 모양이 안좋으니 암 인것으로 보이고 수술이 필요해보인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갑상선암이라고 하면, "그건 암도 아니야." "갑상선암은 착한암이자나, 괜찮을 거야" 라고 얘기하던데, 막상 매끈하던 내 목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가지게 될 예정일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극단적인 T 인 나는, 원장님이 하는 얘기를 듣고, 일단 멘붕이 오기는 했지만 건물 1층에 있는 쌀국수 한그릇을 시켜서 혼자서 먹으면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 수술은 어디서해야하지?" " 회사일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지나가다가 갑상선암 수술을 한 여성마라톤너가 1년8개월이 지난 시점에 풀코스 마라톤에서 우승을 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별 거 아닐 수 있는 기사였지만, "아 이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도 마라톤 대회에 나갈 수도 있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기사를 Social media 에 다시 포스팅을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내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약 2년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가 21Km 를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 내가 여기 있는건 우연이 아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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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내 무의식은 나보다 먼저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3여년전 부터 가끔 혼자 달리기를 하긴했다. 그때는 그냥 3-5K 정도 달리는 수준이라, 대회를 나간다거나 하는 일은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2025년 올해 초 내주변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혹시 언니 10K 마라톤같이 나가실래요? 문득 물어오거나, 혹은 달리가와는 상관없는 모임에서 같이 마라톤 나가자고 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2-3번의 10Km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2025년 10월 19일날 하프마라톤 완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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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를 하다가, 나는 문득 달리기는 하는 나보다 주변을 좀 더 주목하게 되었는데, 질서를 지켜주고 대회를 유지해주시는 경찰관분, 스태프분들이 주말에 이렇게 나와서 일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에 지나치에 되면 반드시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나같으면 오글거려서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일 것이다. 여튼 나름 내 딴에는 큰소리로 "고맙습니다. !!" " 수고하십니다!!"를 외치면서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직 반환점을 돌지 못한 다른 참가자에게 "화이팅!!!!!"하고 외치기도 했다. 지나고 보면, 다시 못할 것만 같은 나의 행동이였는데, 왠지 기분은 뭉클해지고 좋았던 것 같다.


완주를 한 후 걸어가는데 ,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줄 테니, 자기들을 찍어달라고 했다.


그 중에 한분이 내 사진을 찍어주는데, 이래저래 포즈를 제안해주시면서 멋진사진을 찍어주셨다. 마치 내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 기다린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게 했다. 원리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한 감사한 마음의 행동들이 이 분들을 만나게 해줬나라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게 하는 일이였다. 아니, 정말 그렇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한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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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Input 이 있어야 한다.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야하는 것은 맞는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부분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무의식으로라도 하고싶다거나, 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면,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은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식상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온 우주가 내 무의식에 각인된 어떤 과업을 계속적으로 기억하고 상기해가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그 각인된 무언가를 이뤄주기 위해서 같이 노력을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 서로 연결돼 있고 내 에너지가 밝고 긍정적이고 해가 되는것이 없고 넘쳐 흐르면, 그 에너지는 사실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서로 서로 느껴진다.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그것이 빨간색 노란색 이렇게 보이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건 그냥 느껴지는 것이다. 무의식으로 연결된 우리 모두는 그걸 느낄 수 있는 사람들끼리는 그 에너지의 레벨을 순식간에 알아차리고 만다. 그게 다시 비슷 비슷한 사람들에게도 전달되고 또 전달되는 것 같다.



나의 이 신기한 경험, 무의식이 나의 의식보다 먼저 일하게 하는 경험, 그리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서로서로 공유를 하면서 느낄 수 있고 전달받는다는 경험. 이 소중한 경험이 나를 하루하루 벅차게 살아 숨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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