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들다.

제15장. 거리의 온도, 마음의 거리

by 슈우

1. 익숙한 공간, 낯설어진 감각

모모코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류의 일상은 어딘가 어긋난 듯했다.


아침마다 익숙하게 내리던 버스 정류장, 커피 한 잔을 사는 편의점,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나누던 짧은 대화.


그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았지만, 그 속에서 비어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에는 이제 혼자만의 발자국이 남았고,


조용히 웃으며 나누던 대화는 휴대폰 화면 속 문자로 대체되었다.


모모코는 가끔 사진을 보냈다.


도쿄의 지하철, 동네 슈퍼의 과일 진열대, 우산을 쓰고 걷는 밤거리.


모두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그녀의 시선을 통해 보내오는 작은 조각들은 류에게 특별한 안부로 다가왔다.


2. 감정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거리

처음 한 주는 견딜 만했다.


두 번째 주부터는 마음이 흔들렸고,


세 번째 주에는 매일 아침 모모코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많이 더웠어요." "하지만 여름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 보낸 여름이 좋았으니까요."


류는 그런 메시지를 받으면 하루 종일 어딘가 마음이 덜 무거워졌다.


그러나 동시에 알게 되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정은 더 정직해진다는 사실을.


그리움은 숨길 수 없는 감정이었다.


3. 혼자 걸었던 길, 남겨진 기억

류는 어느 날 밤, 모모코와 함께 걸었던 삼청동 골목을 다시 찾았다.


그녀가 좋아했던 돌담길, 사진을 찍던 작은 카페, 그리고 조용히 머물던 나무 벤치.


그 자리에 앉아 그는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당신이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그게 궁금한 하루였어요."


잠시 후, 모모코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같이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당신이 없어도, 그 마음은 여전해요."


그 짧은 문장이 마음에 오래도록 울렸다.


거리의 온도는 차가웠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따뜻했다.


4. 멀어지는 현실, 견디는 감정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갔다.


모모코는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류는 교육청 연수를 준비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하루의 끝에서 마주하는 서로의 존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 하나로 닿을 수 없는 마음의 거리, 그것을 견디게 한 것은


하루하루 나누는 짧은 안부와,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그리고 멀리서도 이어지는 감정의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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