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거리의 온도, 마음의 거리
모모코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류의 일상은 어딘가 어긋난 듯했다.
아침마다 익숙하게 내리던 버스 정류장, 커피 한 잔을 사는 편의점,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나누던 짧은 대화.
그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았지만, 그 속에서 비어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에는 이제 혼자만의 발자국이 남았고,
조용히 웃으며 나누던 대화는 휴대폰 화면 속 문자로 대체되었다.
모모코는 가끔 사진을 보냈다.
도쿄의 지하철, 동네 슈퍼의 과일 진열대, 우산을 쓰고 걷는 밤거리.
모두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그녀의 시선을 통해 보내오는 작은 조각들은 류에게 특별한 안부로 다가왔다.
처음 한 주는 견딜 만했다.
두 번째 주부터는 마음이 흔들렸고,
세 번째 주에는 매일 아침 모모코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많이 더웠어요." "하지만 여름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 보낸 여름이 좋았으니까요."
류는 그런 메시지를 받으면 하루 종일 어딘가 마음이 덜 무거워졌다.
그러나 동시에 알게 되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정은 더 정직해진다는 사실을.
그리움은 숨길 수 없는 감정이었다.
류는 어느 날 밤, 모모코와 함께 걸었던 삼청동 골목을 다시 찾았다.
그녀가 좋아했던 돌담길, 사진을 찍던 작은 카페, 그리고 조용히 머물던 나무 벤치.
그 자리에 앉아 그는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당신이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그게 궁금한 하루였어요."
잠시 후, 모모코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같이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당신이 없어도, 그 마음은 여전해요."
그 짧은 문장이 마음에 오래도록 울렸다.
거리의 온도는 차가웠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따뜻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갔다.
모모코는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류는 교육청 연수를 준비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하루의 끝에서 마주하는 서로의 존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 하나로 닿을 수 없는 마음의 거리, 그것을 견디게 한 것은
하루하루 나누는 짧은 안부와,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그리고 멀리서도 이어지는 감정의 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