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들다.

제16장.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편지

by 슈우

1. 잉크로 눌러쓴 감정, 봉인된 마음

오사카의 늦여름 하늘을 올려다보며, 모모코는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감정들을 하나씩 종이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메일도, 메시지도 아닌 진짜 손글씨 편지였다.


손끝으로 눌러쓴 한 글자, 한 문장마다, 류를 향한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류 씨." "요즘은 작은 것에도 마음이 흔들려요."


"지하철에서 누군가 들고 있는 텀블러가 당신과 닮았다는 생각만으로도 괜히 눈물이 핑 돌고, " "거리에서 한국어가 들릴 때면 숨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보게 돼요."


"당신이 있는 도시, 당신이 있는 시간."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모모코는 편지를 봉투에 넣은 후, 그것을 고요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마음의 일부를 잘라 봉인하는 의식처럼.


2.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는 방법

그 무렵, 류는 퇴근 후 혼자 학교 운동장을 걷는 습관이 생겼다.


시원한 바람이 살결을 스치고, 아이들의 함성이 저 멀리 기억처럼 울렸다.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일본의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묘한 위로가 되었다.


그날도 그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때, 학교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다.


"류 선생님, 우편물이 하나와 있어요." "일본에서 온 것 같아요."


류는 전화를 끊고, 거의 달리다시피 교무실로 향했다.


갈색 봉투 안에는, 하얀 편지지에 단정한 글씨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이건, 마음으로 쓴 편지예요." "당신에게 가닿기를 바라면서."


류는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그 글을 반복해 읽었다.


모모코의 글씨에서 들리는 숨결, 잉크 냄새, 그리고 그리움이 켜켜이 쌓인 문장들.


그 편지 속에는 단순한 안부가 아니라, 그녀가 견디고 있는 하루의 온도가 담겨 있었다.


3. 편지로 이어지는 존재, 국경을 넘어 닿는 마음

그날 밤, 류는 조용히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편지를 쓰는 행위는 이상하리만큼 내면을 정리해 주는 과정이었다.


"모모코 씨."


"당신의 손글씨를 보는 순간, " "당신이 내 옆에 앉아 있는 것 같았어요."


"말없이 마주 앉아, 같은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이 선명해졌습니다."


"이별이란 결국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구나, 생각했어요." "나,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그리움에 조용히 기대고 있어요."


류는 편지를 다 쓰고 난 후, 천천히 눈을 감았다.


편지는 종이 위에 머물렀지만, 마음은 국경을 넘어 이미 그녀에게 가 닿은 듯했다.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것. 그것은 말보다 오래 남고, 기억보다 더 깊이 각인되는 방식이었다.


4. 오래된 방식, 변하지 않는 진심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누구도 보지 않는, 아주 오래된 방식.


하지만 그만큼 진심이 뚜렷이 남는 방식이었다.


메일함이 아닌 책상 서랍 속에서, 알람이 아닌 손끝의 떨림 속에서, 그들의 감정은 한 자 한 자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더는 아프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바로 그 편지들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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