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들다.

제23장. 한국, 일본, 그리고 우리

by 슈우

제23장. 한국, 일본, 그리고 우리

1. 떠나는 순간, 남겨진 마음

모모코가 일본으로 돌아간 날, 류는 그녀를 공항까지 배웅했다.


겨울의 끝자락, 인천국제공항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기류가 감돌았다.


탑승 수속을 마친 뒤, 모모코는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아련해요." "어딘가로 떠나는 것보다, " "남겨지는 사람이 더 아프잖아요."


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렇지만 돌아올 곳이 있다면" "떠남은 또 하나의 연결이기도 하니까요."


모모코는 그 말에 눈을 맞추며,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류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 순간, 류는 그녀의 목소리 속에서 조용히 감춰진 불안과 확신을 동시에 느꼈다.


2. 비행기가 떠오르는 순간, 잃어버린 온도

이별은 공식처럼 담담히 이루어졌지만, 류는 비행기가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 뚝,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공항버스 안에서, 그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잘 견딜 수 있을까…"


혼잣말 같았지만, 그건 사실 둘 사이에 남겨진 조용한 약속이기도 했다.


3. 이어지는 연락, 멀어지지 않는 감정

모모코가 오사카에 도착한 이후, 류와의 연락은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병원 다녀왔어요." "아버지 상태는 조금 호전됐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는 없어요."


"오늘 저녁은 뭘 먹었어요?" "사진이라도 보내줘요." "혼자 먹는 밥이라도 함께 먹는 느낌이 들게요."


메시지와 통화는 날마다 이어졌지만, 물리적인 거리에서 오는 간극은 점점 현실적인 무게로 다가왔다.


어느 날 밤, 류는 모모코에게 조용히 물었다.


"모모코 씨, " "우리 다음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잠시 머뭇이다가 대답했다.


"아버지 상태가 안정되면…" "아마도 몇 달은 더 걸릴지도 몰라요."


류는 화면 속 그녀의 표정을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언제든 돌아오고 싶을 때, " "그 자리에 있을게요."


4. 계절이 변할수록 선명해지는 흔적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고, 계절은 다시 봄으로 향했다.


류는 매일 아침, 모모코에게 짧은 인사를 보냈다.


"아침이에요. 오늘도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모모코는 늘 답했다.


"한국도 봄기운이 돌겠네요." "우리 둘 사이에도 봄이 올 수 있겠죠?"


그 문장 하나가 류에게는 하루를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모모코의 부재는 그녀가 남기고 간 모든 흔적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함께 걷던 공원, 함께 커피를 마시던 카페, 함께 웃던 벤치.


모든 공간이 그녀의 잔상으로 가득했다.


그리움은 점점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며 류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5. 계절을 넘어 닿는 약속

어느 봄날 저녁, 모모코에게서 한 통의 영상 통화가 왔다.


화면 속 그녀는 벚꽃이 흩날리는 오사카의 거리를 배경으로 서 있었다.


"류 씨, 여긴 벌써 벚꽃이 만개했어요." "서울은 어때요?"


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막 꽃망울이 피기 시작했어요." "조금 늦죠, 여긴."


모모코는 환하게 웃었다.


"그럼, 내가 다시 한국에 도착할 때쯤엔" "딱 벚꽃이 절정일까요?"


"그래요." "그때 꼭 다시 이 길 함께 걸어요."


그 말은 계절 너머를 향한 약속이었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 사이를 잇는 다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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