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혼자 있는 시간의 온도
모모코가 떠난 이후, 류의 일상은 겉으로 보기엔 별다를 것 없었다.
출근, 업무, 퇴근, 간단한 저녁, 그리고 공원 산책.
익숙했던 루틴이 이제는 더욱 규칙적으로 반복됐다.
하지만 규칙성은 곧, 혼자라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저녁 공원길을 걸을 때마다 류는 자연스럽게 오른편을 바라보았다.
모모코가 걷던 자리, 작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그 시선의 높이.
그 자리는 비어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 높이에 멈춰 있었다.
그 공간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 안에 있는 감정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휴일이면 예전에는 모모코와 함께 카페를 찾아가거나, 짧은 외출을 즐겼다.
지금은 그 시간을 대부분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고, 음악을 작게 틀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는 그 순간들.
하지만 혼자 있는 그 고요한 시간은, 의외로 따뜻하기도 했다.
모모코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파편처럼 떠오르며,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의 온도를 조금씩 익혀나갔다.
그건 공허함이 아닌,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감정이었다.
하루는 유난히도 따뜻한 봄날이었다. 류는 오랜만에 혼자 근교의 작은 책방을 찾았다.
책방 구석에 놓인 일본 문학 섹션에서, 모모코가 예전에 언급했던 가쿠타 미츠요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책을 들고, 한 장을 넘겼다.
"사랑은 멀리 있어도 그 존재를 믿는 것이다. 믿음은 거리보다 강하다."
류는 문장을 소리 없이 읽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말, 모모코에게 보내주면 좋아하겠지.
그는 책을 구입하며 짧은 쪽지를 끼워 넣었다.
"이 문장, 모모코 씨에게 어울려요." "당신을 믿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해 줘요."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또 하나의 따뜻한 연결을 만들었다.
며칠 후, 모모코로부터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류는 놀란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다.
안에는 조심스럽게 포장된 작은 일본 찻잔 두 개와 함께, 손글씨로 적힌 편지가 들어 있었다.
"류 씨, " "여긴 여전히 벚꽃이 예쁘게 지고 있어요." "당신이 보낸 문장은" "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어요."
"이 찻잔은, " "당신과 함께 마신 말차의 기억을 담아 보냈어요."
"혼자 있는 시간에도" "저와 함께라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었어요."
류는 조심스레 찻잔을 꺼냈다.
그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와 함께, 그는 천천히 혼잣말을 했다.
"모모코 씨, " "당신의 마음은 언제나" "내 시간의 온도를 지켜줘요."
혼자 있는 시간이 쌓일수록, 그는 더 단단해졌다.
그것은 단지 사랑의 그리움만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믿는 깊고도 조용한 훈련이었다.
그는 기다리는 법을 배워갔고, 그녀는 마음을 보내는 법을 익혀갔다.
혼자의 시간은, 그들에게 함께의 깊이를 더해주는 중요한 발효 과정처럼 느껴졌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류는 속삭이듯 마음속으로 말했다.
"우리, 지금도 함께예요." "다만, 서로의 나라에서" "조금 다른 온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