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성자(비건의 날 기념 포스팅)

요가 자세 : 고무 카아사나(Gomukhasana)

by 김윤선


실려 가는 소의 눈빛과 마주친 적이 있다. 수많은 감정이 출렁이는 눈빛이었다. 견디고 있으나 견디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결박당한 생명이었다. 어미가 되었으나 자신이 낳은 새끼가 본능적으로 찾는 젖을 줄 수도 없었을, 감정 없는 물체처럼 다루어졌을 순한 목숨이었다. 그럼에도 그 눈빛에 원망이나 증오가 보이지 않아 짧은 스침의 순간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인간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지구 위의 생명체들을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이라는 이유로 소비해왔다.


산스 크리스 트어로 고(Go)는 암소, 무카(Mukha)는 얼굴, ‘고무 카(Gomukha)’는 암소를 닮은 얼굴이란 뜻이다. 고무 카아사나(Gomukhasana) ‘소 얼굴 자세(Cow-Faced Pose)’는 ‘고개 숙인 개 자세’ 못지않게 등의 건강에 좋은 자세이다. 평소 직업과 생활 습관으로 굳은 등과 어깨, 닫힌 가슴을 열고 펴도록 도와준다. 불균형한 골반의 균형 잡기에 도움을 주며 하체 쪽 혈액의 순환을 도와 다리와 발목 건강에도 이로움을 준다. 초보 수련자가 양팔을 등 뒤로 돌려 등 양손을 잡는 건 쉽지가 않다. 대개 한쪽은 되는데, 다른 쪽은 잘 잡히지 않음을 경험하나 시간이 해결해준다. 요가 자세들은 상체와 하체, 팔과 다리, 머리와 발바닥, 등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자세마다 긴밀한 연결성을 갖고 있다. 상체를 젖혀주는 자세에 어려움이 있을 때, 상체를 숙여주는 자세의 수련이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겠다.

자세의 불균형을 알고 균형을 찾기 위해 수련한다는 건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일 일 것이다. 이는 꼭 요가뿐 아니라 우리 삶의 태도를 포함하기도 한다. 수련 기간이 긴 요가 수련자라고 해서 다 균형감을 갖추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추앙받던 유명한 요가 지도자가 수련 정신의 균형을 잃고 욕망의 포로가 되어 저지르는 추한 민낯에 관한 뉴스는 같은 요가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멋지게 보이는 몸의 자세가 반드시 그 사람의 내면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수천 년 전 깨달음을 향해 가기 위한 수행의 도구로서 인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요가. 현대에 들어와 요가 수련자들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수련’ 이 전제가 되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요구와 조건을 따라 자신도 모르게 ‘욕망’과 소비’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진지한 수련자라면 수련 기간이 길고 짧고를 떠나, 혹은 자세가 완벽하거나 덜 완벽하거나를 떠나 주목해야 할 ‘요가 철학’의 덕목이 있다. 파탄잘리는 왜 굳이 요가를 8단계로 나누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 것일까? 마침내 8단계인 깨달음의‘사마디(Samadi)’에 이르기 위해 시작하는 수련의 첫 번째 단계에 왜 야마(Yama)를 두어 강조했는지, 요기로서 지켜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을 왜 하필 ‘아힘사’라고 했는지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는 선물은 실로 무한하다. 태양, 달, 폭포, 바다, 강, 바람소리, 숲, 들꽃, 겨울에 내리는 눈, 노을빛의 황홀, 밤하늘, 하늘의 푸른빛, 풀잎에 맺힌 이슬 등.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는 그 아름다움을 숨 쉬듯이 누려왔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자연과 동물들을 대하는 우리 인간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너무 거칠었다.


‘쿵 쿵’ 심장이 뛰고 붉은 피가 도는, 느끼는 존재들을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량 사육 시스템에 몰아버린다. 소비와 생산, 이익과 편리, 욕망에 더 가까운 명분 아래 은밀하고도 불편한 진실이 되어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회가 되었다. 여전히 ‘소’는 인간에게 이로운 ‘요가 자세’를 전해줄 뿐이다. 검고 큰 두 눈을 끔벅이며 주어진 삶을 묵묵히 인내하거나 견디고 있다. ‘순한 성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요가 수련자들에게 이 ‘순한 성자’가 음식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비폭력, 비 살생, 자비로움을 지켜가는 생활방식인 아힘사(Ahimsa) 철학은 수련자들의 정신을 평화롭게 가꾸어준다. 따라서 생명의 고통이 배어 있는 육류와 회, 달걀, 우유 등 착취가 가해진 음식들은 금하는 게 좋을 것이다. 수련자에게 그것들은 부정적인 에너지로 흡수되어 자신의 영혼을 어둡게 할 것이며 그 에너지는 수련생들에게 전해지게 될 것이기에 그렇다.


‘아힘사 정신’은 살생을 금한 음식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음식의 절제 외에도 언어와 태도, 삶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요가 수련이기에 일반적인 운동과는 다른 수련이라 불리는 것이다. 단순한 ‘아사나’에 불과하다 여길 수 있을 ‘소 얼굴 자세’에서 아힘사와 비거니즘(Veganism)의 본질을 떠올려봤다.





참고 : 책 속 '요가 자세'들을 '일러스트'가 아닌 '실제 자세 사진'으로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일부 발췌하여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을 원하실 경우 출간 책 <감정 상하기 전, 요가> 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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