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시간

요가 자세 : 물살이 자세 (Matsyasana, fish)

by 김윤선


머리 위에서 빛나던 태양이 서쪽을 향해 저물어가기 시작할 무렵 천변을 산책하고 있다면, 그 또한 신의 축복을 온전히 받은 날일 것이다.


잔물결을 따라 반짝이는 햇살은 개천에 불과하던 수면을 황홀한 빛의 통로로 변신케 한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빛의 결이 물속에 투영되는 걸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그 물결 속을 헤엄치는 인어가 되어 이끌리는 대로 몸도 마음도 흘러가 볼 때가 있다.


‘나는 지금 남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마도 남국의 어디쯤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햇빛을 머금은 강물 속은 따스하고 수초의 부드러운 흔들림이 지느러미를 스쳐가는 것도 기분 좋은 흔들림이다. 종이 다른 한 떼의 물살이들과 마주쳤지만 충돌하지 않는다. 서로가 다치지 않게 알맞은 거리를 지키며 지나쳐간다. 물속의 공존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자연이 주는 윤슬*의 시간은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환상을 선물해준다.


‘물고기 자세 마츠야 아사나’는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살이**가 되어보는 요가 자세이다. 양 팔꿈치로 허리와 엉덩이 사이를 받친 채 가슴을 열어서 밀어 올리므로 비교적 안정적인 후굴을 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준다. 완성된 자세가 물의 저항에 견디기 좋은 유선형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물고기 자세라는 이름이 붙었을 거란 짐작을 해본다.


요가 자세에는 물살이, 뱀, 나비, 독수리, 까마귀, 삼각형, 반달, 쟁기, 나무, 전갈 등의 동물과 사물, 자연의 이름이 등장한다. 인간 우위의 입장으로 이들을 지배하거나 이용하는 개념이 아닌 공존과 조화를 추구하는 요가 정신의 가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요가의 8단계 중 첫 번째 단계인 야마를 통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야마 Yama는 윤리적인 계율, 즉 신조, 국가, 연령과 시대를 초월해 요기로서 지켜야 할 계율들을 말한다. 야마에는 다섯 가지 지침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아힘사 ahimsa: 비폭력, 불살생

둘째, 사트야 satya: 진실, 불 망어不忘語

셋째, 아스 테야 asteya: 불투도, 훔치지 않음

넷째, 브라마차리아 brahmacharya: 절제, 금욕

다섯째, 아파리 그라하 aparigraha: 불탐, 검소함


그리고 이는 요가 자세 수련을 뛰어넘어 인간 내면의 자비와 사랑, 절대 구원을 향한 명상적 깨달음을 향해 가는 요가 철학적 가치와의 연결 고리를 알게 해주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수련 시간에 물고기 자세는 어깨 서기 자세, 쟁기 자세, 다리 자세 후에 하도록 이끈다. 열거한 자세들이 목과 어깨 쪽 근육을 앞으로 굽혀 쓰게 했다면, 물고기 자세는 뒤로 젖혀 앞뒤의 균형과 함께 근육을 풀고 어깨를 이완시켜 준다. 균형과 이완을 통해 서서히 가슴을 열리게 함으로써 마음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오래오래 바라보게 되는 윤슬의 시간


천변을 산책하는 일은 인어가 되는 시간, 마음이 요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시시하거나 하찮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축복과 감사의 순간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시간이다. 걸을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서 반짝거리는 잔물결을 말한다.
** 영장류 학자 김산하의 칼럼 <물고기, 고기가 아니라 ‘물살이’다>(2015.04.01.경향신문)를 읽고 먹을거리로서 인식되는 물고기라는 단어 대신 ‘물살이’로 표현하고자 한다.
*** 전문은 <감정 상하기 전, 요가>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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