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기도하고 노래하며

내게 주는 위로이기도 한

by 김윤선


출간하고 싶은 원고가 있어 나름 마음을 다잡고 원고를 살피고 있다. 글이 잘 써지다가도 어느 때는 또 그렇지가 않아 마치 시험에 든 사람처럼 희망으로 들뜨다가도 절망으로 가라앉곤 한다.


'도대체 책을 왜 누구에게 보이려고 쓰려하는 것인가, 이 시대에 글쓰기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종이 책을 위해 베어질 나무에게 미안하진 않은가, 너는 한 번이라도 나무보다 지혜로운 적 있었던가?'

'너는 늘 나무 아래 벤치에서의 순간들을 사랑한다며 나무를 위해 정작 무얼 했는가'
'그것이 재능도 진정성도 부족한 네가 진작에 내려놓지 못한 욕망의 다름 아님이라면 너는 더 이상 아무것도 쓰지 마라, 대신 나가서 천변을 걷거나 고양이 밥을 주거라!'


불과 3일 전만 해도 술술 잘 풀리는 느낌으로 '제목'이 나오고 '프롤로그'가 써졌었다. 이제 그동안 써온 글과 보탤 것들을 더하며 원고의 밀도를 더해갈 일만 남았다. 아니 사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걸 잘 알지만 말이다. 역량이 부족하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대신 슬럼프만 자주 겪는다. 그렇다고 다가올지도 모를 뮤즈를 만나기 위해 훌쩍 어딘가로 떠났다 돌아올만한 여건도 지금은 아니다.


웹 파도타기중에 마주친 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의 리뷰

하릴없이 오랜만에 감정 상하기 전 요가를 검색하다 눈에 띄는 리뷰 앞에서 문득 멈추어 섰다. 특별할 것 없는 자신의 일상을 몇 줄의 길지 않은 글로 기록하는 블로그였다. 아마도 이 문장 때문이었을 거다. 지금처럼 마음이 하릴없어질 때 읽으면 좋을만한 내가 쓴 그 글 말이다. 독자가 소개한 저 문장은 이 책의 맨 마지막 문장쯤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요가나 산책할 때 함께 하면 좋을 음악과 아침과 저녁의 루틴과 함께 하면 좋을 쉬운 요가 자세까지 다 쓰고 난 이후의 글이다.



산문을 쓰면서도 시를 그리워하는 마음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출판사에 보내기 전 최종 탈고를 앞두고 들어오는 후련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게 아니라면 평온해 보이는 외부의 모습에 비해 자주 평온하지 못한 나 자신의 내면을 향해 건네는 위로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나는 첫 원고에 없던 저 글을 쓰며 위로의 느낌을 받았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문장을 눌러쓰며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세상에 내가 쓴 글로 위로를 받다니! 착각이어도 괜찮은 순간이었다.


요즘은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힐링', '위로', '영혼', '자유' , '이해', '치유'라는 단어들을 쉽게 접하곤 한다. 왜 이렇게 흔해진 걸까? 몸과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고, 우리에게 오라고, 자신에게 오라고 열과 성을 다해 손짓하고 부른다. 하지만 잘 차려진 밥상 위에서 무얼 먹어야 할지 나는 어렵기만 하다. 좋다는 대로 먹다 보면 체할 것 같다. 성찬으로 차려진 '뷔페식당'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정직하고 작은 식당들의 음식이 편한 내 취향일 수도 있으리라. 하여 나는 천천히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본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자유로운 영혼!

슬프고 외롭던 시간 또한 그 영혼에 스며들어

당신을 빛나게 합니다.


수많은 과일과 잎채소, 뿌리채소, 곡식과 신선한 물,

이토록 자비로운 어머니 지구의 선물을 소중히 누리며

햇빛과 바람과 숲과 바다, 강과 언덕, 산맥, 하늘, 구름,

인간의 친구인 동물들을 사랑하며,


걷고, 먹고, 기도하듯, 노래하며

내 멋에 겨워 살기로 했습니다.

애쓰지 않고 천천히

지금 주어진 이 소중한 순간을

사랑하며 가꾸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도 그러하기를 바라며,

-책 감정 상하기 전 요가 맺는 글 전문


그렇다. 우리는, 아니 나는 내가 쓰는 글은 어쩌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니 그걸 위해 애쓰느라 마음을 소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롯이 혼자가 되어 걷는 그 순간에 눈물겹도록 외로워지는 그 순간이 바로 내 안의 신과 만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걸 가끔은 깨닫곤 하니까. 온전한 자유란 그토록 아름답고 고독한 것이며 빛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니까. 나는 오늘 쓰던 그 글에서 마음 편히 벗어나 슬픔으로 짙어진 여름 언덕에 잠시 기대어 푸념처럼 이 글을 쓴다.







* 맨 위의 사진 : 유튜브 구루 가녜사 밴드라는 요가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밴드의 동영상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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