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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May 26. 2023

시인 요가샘의 요가 워크숍

가이아를 위한 아힘사 플로우가 무슨 뜻이에요?

지난 일요일, 5월 21일에는 필자가 진행하는 요가 워크숍이 있었다. 개인 요가 스튜디오를 운영할 때야 종 종 열어왔던 원데이 클래스였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처음 진행한 외부 클래스였다. 장르를 막론하고 수강생들 앞에 선다는 것은 규모 여부와 상관없이 늘 긴장감이 따르는 일이다. 내 경우엔 수강생들의 눈빛과 호흡 하나하나까지가 감지되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긍정적 피드백의 흐름이 전해져 올 때쯤 잘 끝났구나, 성공적이었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곤 했다.


오만함일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요가 워크숍 준비는 따로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12년간의 요가원 운영기간 동안 겪어온 다양한 직업과 기질의 수련자들과의 만남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련 안내자로서의 내공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시퀀스 구성과 요가 음악도 대략 머릿속에 구성해 놨으니 나머지는 내 수련과 기운을 잘 다스려놓으면 될 일이었다.


어쩌다보니 이번 워크숍을 위해 메모 노트 하나를 만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개인 수련을 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게 다였다. (정리해놓은 메모를 출력하려던 순간 고장난 프린터를 확인하는 순간이라니) 헤드셋 마이크 준비도 미루고 미루다 전날에서야 하게 되었다. 늘 말일까지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원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일이 당장 워크숍인데,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말았다. 결론은 준비하느라 겨우 2시간이나 잤을까 말까 한 비몽사몽 한 컨디션을 만들어냈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때보다도 더 잘 해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산행과 자연식물식은 이처럼 지나치게 태평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었나 보다.


마침내 당일 아침, 비건 페스티벌이 열리는 서울 혁신 파크까지 집에서 꽤 거리가 있기에 여유 있게 오전에 출발을 했다. 그런데 왠 걸, 차를 타고 도로 한 복판을 한참이나 달리고 난 후 떠오르는 게 있었으니 그날 의상(?) 콘셉트에 맞춰 준비해 둔 '피코크 블루 핸드메이드 귀고리'를 두고 온 것이다. 피코크블루 하렘 면팬츠에 흰색 민소매 면티로 따로 요가복을 차려입진 않았지만 같은 빛깔의 귀고리로 포인트를 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왔고 귀고리 대신 헤드셋 마이크를 두고 오지 않은 걸 천만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참 감사하게도 이번 워크숍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스스로 생각하기로는 성공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워크숍에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반려 강아지와 함께 수련에 참석한 수련생이 있었다. 내 수련 지도 이력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참석자는 강아지와 함께  수련하는 모습을 담아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며 내게 양해를 구했다. 잘생긴 데다 점잖은 편이었지만 아직 1살의 어린 녀석이었다. 강아지 신경 쓰느라 제대로 요가수련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내 기준에서 요가 숙련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요가수련 웍샵에서 중요한 건, 다양한 아사나를 채워 넣은  시퀀스 구성이 아니었다. 덜어내고 비워내고 꼭 필요한 진액으로 채운 단순하고 쉽지만 깊은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시퀀스 구성을  만들어내는데 있다. 수리야 나마스카르 1조차도 단순화시켜 총 12번을 하게 했다. 6회까지는 홀딩을 길게 했고 7회부터는 조금 속도를 냈다. 같은 동작을 12번 시키는 구성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지루해할 사람이 생길 거라는 것도 예상을 했지만 꿋꿋이 밀고 나가며 리드를 했다.  


프라나야마와 짧은 명상을 마치고 17분의 최고 단순한 아사나 흐름을 끝낸 후 비교적 다양한 아사나 구성으로 30여분을 흘러갔다. 그리고 다가온 마무리 시간 사바아사나를 마친 후 반 가부좌 자세로 돌아와 내가 발명(?)한 오직 내 요가 클래스에서만 행해지는 '나르시시스트자세'의 시간이었다. 나는 그날 워크숍의 주제였던 '가이아를 위한 아힘사 플로우'를 요약해 주는 멘트를 낭독했다. 이 멘트 또한 개인 수련을 하며 떠올려본 이후 첫 번째였다.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수련을 마치고 난 지금

나는 참 평온합니다.

고요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어머니 지구여! 가이아여, 대지의 여신이여!

지금 이 순간 당신께 참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의 품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나는 참 행복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그 사랑과 자비의 흐름을

내 안에 채워

주위를 밝히는 또 하나의 흐름이 되겠습니다.

밝은 빛으로 주위를 밝히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_()_


이 멘트를 마치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았을 때, 나와 마주친 이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그렇게 순하고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간혹 낑낑대던 강아지 친구마저도 너무도 평온한 얼굴로 조용히 있었다. 그렇다 그날 우리가 함께 한 12번의 태양 경배 자세는 가이아께 드리는 경배 자세였던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며 당연한 듯 취한 양식들, 우리가 딛고 선 땅이며 숲이며 바다를 아낌없이 내어준 자비로운 지구에게 바치는 진심 어린 감사였던 것이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요가철학 속 아힘사를 실천하는 시간이었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요가 수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웍숍을 준비하는 요가 강사라면 마땅히 그 요구와 효능에 목표를 두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 이전에 가이아, 즉 어머니 지구에게 드리는 경배를 첫 자리에 우선 놓고 싶다. 함께 하는 요가 시간에만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가져와서도 아힘사 라이프를 지향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왼쪽 : 포토존에서 필자 / 오른 쪽 : 웍샵 마치고 난 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사먹은 비건 녹차케잌 한 조각으로 티 타임

 아힘사는 어떤 의미일까요?


파탄잘리는 요가수트라즉 요가경전에서 요가수련을 8단계로 나누었습니다.

요가수련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을 명시했는데 그중 첫 번째 단계가 ‘야마’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첫 번째로 아힘사를 꼽고 있습니다. 아힘사란 비폭력 즉 살생하지 마라라는 뜻입니다. 물론 아힘사의 비폭력에 대한 해석이 비건 라이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진지한 요가수련자가 아힘사 라이프를 선택해 살아가는 것은 요가가 지향하는 조화로운 삶과도 어울리는 연결일 것입니다.  

    

요즘을 살아가는 지구인들,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치명적인 위험 앞에 있음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그것은 바로 기후위기일 것입니다. 저는 이 기후위기의 시작을 저를 포함해 우리 인간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여 오늘 우리의 요가 움직임 속에서 어머니 지구이자 대지의 여신께 진심 어린 감사를 담게 되기를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12번의 수리야 나마스카르1을 수련할 것입니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수리야 나마스카르 즉 태양예배자세는 동틀 무렵 떠오른 태양을 향해 존경과 감사를 담은 기도의 의미로 행해지던 수련자세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태양의 방위를 상징하는 12번의 자세 안에 기도와 감사를 담아 수련하게 될 것입니다. 그다음의 연결 자세들 시퀀스는 저에게 주신 설문지를 참조하여 구성했습니다.    

 <정리해놨던 노트 중 일부, 결국 이 노트는 프린터 고장으로 출력을 못했습니다^^>


평화로운 비건 페스티벌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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