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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Nov 01. 2023

매직핑거의 그 리듬  

'Bali Chillout del Mar '와 함께 흐르던

  하누만 로드와 몽키 포레스트 사이의 도로 위는 자동차보다도, 사람보다도, 오토바이들로 더 많이 북적였던 것 같다. 그 북적임은 주로 출. 퇴근 시간과 겹치는 오전 오후가 심했고, 한낮에는 대체로 한적한 편이었다. 그 길 어디쯤인가에 '매직 핑거'라는 발리식 마사지 샵이 있었다. 우붓 발리로의 여행을 준비하며 우연히 알게 된 곳이었는데 한 번 듣고 난 이 후로 그 이름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는 결국 찾아내 여행 내내 애용하게 되었다.


  우붓에서의 단순한 여행 패턴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터라 변화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는 쪽이었다. 한 번의 방문으로  편안해진 그 분위기에 끌려 출근하듯 '매직핑거'에 들린 까닭이기도 했다. 길에서 바로 들어설 수 있는 작은 현관의 입구였지만 물이 흐르는 분수 장식이 있었다. 끊임없이 졸졸졸 흐르는 분수 물을 익숙한 듯 마시고 있는 나그네 개와도 몇 번을 마주쳤었다. 아마도 내가 오기 훨씬 이전부터의 그 가게의 단골손님이 아니었을까 싶다.

  방문 첫날에 발리식 웜스톤 마사지를 주문했었다. 가운이 아닌 몸을 가리는 한 장 천의 사용법을 안내받은 후 침대를 보니 발리식 전통 염색천이 한 장 놓여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힐링을 받고야 말겠다는 전투적인 태세로 바틱천을 두른 채 누워 잔뜩 기대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달그락, 달그락 전기밥통에서 웬 자갈돌을 꺼내는 소리가 들린다.


  샵에 들어설 때 의아하게 봤던 전기밥통, 청음이 발달한 편인 나는 바로 그 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림 속에서 봤던 그 비주얼을 기대했던 나는 적잖이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릴랙싱 한 자세로 엎드린 척추에 둥근 스톤들이 올라갈 거라는 내 예상과는 사뭇 다른 준비 과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바틱 한 장으로 몸을 가린 채 매직을 부려줄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엎드려있는 내 공간으로 들어온 그녀는 검은 눈의 까무잡잡한 피부의 매직 핑거였다.  마침내 향유에 적신 채 데워진 돌을 밥통에서 꺼내와 내 척추의 중심을 따라 하나씩 얹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미처 몰랐는데 내 손에도 따끈한 돌을 하나 쥐어주는 게 아닌가.


'오 , 이런 거였구나'


  그 와중에도 BGM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무한 반복되는 리듬이었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이상했는데 묘하게 잘 어울렸다. 우붓이라는 그 공간이 캔버스라면 거기 있던 그 모든 것들이 오브제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선 음악도 잘 어울리는 오브제의 일부였다.


  그 느낌이 그리워 한국에 돌아와서 애플 뮤직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가장 분위기가 가까웠던 게 'Bali Chillout del Mar'이었다. 여행 얘기를 해주며 내 요가수련생들에게도 들려줬는데 도무지 공감들을 못해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적어도 5번 이상은 갔던 ‘매직 핑거’의 BGM은 가는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었다. 향유에 돌이 데워지는  동안에도, 척추에 웜스톤이 놓이는 중에도 그 리듬과 속도는 한결같았다. 음악이 지루하다느니, 뭐니 할 겨를도 없이 그 자리 거기 누워 '매직핑거'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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