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18]
우리가 보냈던 사념의 시간
검붉은 재로 꽁꽁 감싸고
새하얀 품은 젖어들었다
잠의 향기는 아직 이르고
무너짐과 쓸어내림은 초침을 따라 사락거린다.
적막의 계단을 세며 올라가 보면
모퉁이를 돌아 천장 위 세 번째 칸에는
케케묵은 먼지로 뒤덮인 종이 울리지 않는다.
갉아먹힌 줄은 끊어진 채로
그 밤이 가져다준 것은
넘치지도 흐르지도 않는 울림 없는 물과
끝없는 터널 속 얇은 온기
화끈거리는 열기는 고름의 이슬을 맺었다.
찢고 때리고 꼬집었던 열매는
싸락눈 밑으로 숨어들었다.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