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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양 Feb 16. 2020

The Color Of Life

[Modern Black : 018]

Modern Black : 018


우리가 보냈던 사념의 시간

검붉은 재로 꽁꽁 감싸고

새하얀 품은 젖어들었다

잠의 향기는 아직 이르고

무너짐과 쓸어내림은 초침을 따라 사락거린다.


적막의 계단을 세며 올라가 보면

모퉁이를 돌아 천장 위 세 번째 칸에는

케케묵은 먼지로 뒤덮인 종이 울리지 않는다.

갉아먹힌 줄은 끊어진 채로


그 밤이 가져다준 것은

넘치지도 흐르지도 않는 울림 없는 물과

끝없는 터널 속 얇은 온기

화끈거리는 열기는 고름의 이슬을 맺었다.

찢고 때리고 꼬집었던  열매는

싸락눈 밑으로 숨어들었다.


ⓒ 미양(美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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