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20]
새벽녘 아침 이슬을 머금고
풀냄새 맡으며 주변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풀벌레 소리가 좋았다.
대지의 내음,
폭신한 흙의 감촉,
굽이 치는 나무뿌리 안에서 기지개를 켜는 파릇한 싹들.
나무 기둥 틈새로 나선을 그리며 피어나던 버섯의 향연.
어느새 볼 사이로 간지럽히며 스치던 솔잎들 뒤로
뿜어져 나오던 청량한 공기에 기대어 본다.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따라
햇볕이 내리쬐는 널따란 풀밭 뒤 맞이하던 새하얀 그 집
언제나 그곳은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10여 년이 지나 다시 찾았던 그 집은
기억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하늘과 맞닿은 그 장소와
늘어진 나무 그늘 사이에 누워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찰나 같은 삶 속에서
닮고 닮아 무디어지고 깎여져 나갈지라도
그곳은 그저 거기에 존재하기를 바랐다.
정돈된 단정함이 아닌 익숙함에서 오는 포근함.
모든 것을 감싸 안아주고 고요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나의 고향.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