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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 Aug 18. 2024

아이와 소통하고 싶다면  정답은 '게임'

내가 '게임'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


나는 2019년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에게 ‘올바른 게임 이용 방법’을 전파하고 있는 ‘게임물전문지도사’이다. ‘게임물전문지도사’라고 하면 게임을 잘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게임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게임물 등급과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나이에 맞는 게임물을 선택해 즐길 수 있도록 알려주며 청소년과 함께 ‘올바르게’ 게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게임물전문지도사’가 하는 일이다.


나는 게임물전문지도사로 활동하며  약 6여 년의 시간 동안 35,000명 정도의 청소년을 만났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어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거였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게임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처음에 아이들은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의 교육이니 당연히 지금껏 주변 어른들에게 들어왔던 것처럼 ‘게임은 나쁜 거야.’ ,’ 게임 많이 하면 머리 나빠져.’ ‘게임만 하다가 커서 뭐가 될래?’와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이들 봐왔던 어른은 모두 그랬으니까.


하지만, 무슨 게임을 하니?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하나씩 꺼내는 게임의 아이템과 등급에 대해 슬쩍슬쩍 아는 척을 하거나 나도 지금 그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하면 그때부터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며 서로 자신이 하는 게임을 랩 하듯이 자랑하기 바쁘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면 우르르 내 주위에 몰려든다.


하루에 2시간, 매우 짧은 시간이고 오늘 헤어지면 다시 볼 기약이 없지만 이 짧은 만남의 순간 동안 자신의 고민 상담을 털어놓는 친구, 장문의 편지를 써 주는 친구, 여러 가지 간식이나 스티커 등등의 자신들의 소중한 물건을 감사하다고 기꺼이 내미는 친구들이 많다. 그중 가장 많이 듣는 요청은 ‘우리 엄마, 아빠 좀 만나 주세요!!!’이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잘 알고,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어른을 만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그리고 그 어른으로 하여금 게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를 알아달라고, 우리가 게임만 하며 인생을 망치고 싶은 건 아니라고, 그들이 간절히 전하고 싶은 진심을 그들의 부모에게 아이들을 대신해 전해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어떨까?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변의 많은 부모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번도 빠짐없이 나오는 질문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현질을 하게 해 줘도 되는지, 하루에 게임을 얼마나 하는 게 적당한지, 어떻게 하면 게임을 그만하게 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들이다.


그런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다 보면,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서로를 이해하고 싶고, 더 잘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게임물전문지도사로 활동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기관, 학교에 늘 요청하는 것이 바로 ‘게임 관련 부모 교육’이다.


그런데 막상 ‘게임 관련 부모 교육’을 한다고 하면 참석하는 부모님의 숫자는 매우 적다. 학교는 우리가 찾아가기 때문에 아이들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나’를 만날 수 있지만 어른들과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놓아도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참석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어떤 부모들은 이런 교육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또한, 그런 교육에서 만나는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과 게임과 관련한 소통이 잘 되고 있고,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정말 함께 대화하고 싶고, 자녀의 게임 이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 그래서 걱정이 많은 어른들은 ‘게임 관련 부모 교육’에서 얼굴을 마주하기 어렵다.


나는 이게 ‘관심’의 차이라고 본다. 여기서 ‘관심’의 초점은 ‘자녀’가 아니라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게임'에 대한 눈과 귀를 막고, 그 부정적인 시선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 미묘한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부모에게는 하기가 껄끄럽다.


나 역시 '게임'에 대해 누구보다도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어른 중 하나였다. 그런 내가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 '게임물전문지도사'로 활동하며 나름 게임 좀 아는 어른이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이다.


나에게도 중학교 1학년, 2학년인 두 남자아이가 있다. 그리고 가장 철없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나와 동갑내기 큰 아들도 있다. '게임'DNA로 온통 도배된 세 남자와 함께 살다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많았다. '게임 좀 그만하라'고 매번 잔소리하고 싫은 티를 내는 것도 지칠 때쯤 생각을 바꾸고, '게임'이란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관심의 시작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아직까지는 원만하게 유지하게 해주고 있고, 무엇보다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게임'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게임'과 관련된 경험을 많은 청소년과 어른들과 나누고 싶다. 함께 소통하며 고민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로 인해 '게임'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어른이 한 사람이라도 늘어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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