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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 Aug 25. 2024

게임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은 왜 게임을 좋아할까?


나는 유튜브의 음성 검색 기능을 아이에게 배웠다. 둘째 녀석이 다섯 살인가 여섯 살이 되었을 즈음이었다. 글을 모르는 꼬마 녀석이 내 휴대폰으로 뽀로로 영상을 보고 있길래 어떻게 영상을 찾았냐고 물었다. 녀석은 당당하게 유튜브 화면의 오른쪽 돋보기를 누르더니 그다음 나타난 마이크 버튼을 다시 누르고 ‘뽀로로’라고 외쳤다. 그러자 화면에 뽀로로 관련 영상이 주르륵 나타났다. 녀석은 한 줌도 안 되는 손가락을 화면에 갖다 대고 오르락내리락하더니 곧 자기가 보고 싶은 영상을 찾아 자연스럽게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아! 속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는 한 번도 유튜브를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아이는 스스로 터득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유튜브로 뽀로로 영상을 보고 싶었던 아이의 내적 동기가 자발적으로 ‘유튜브 음성 검색’ 기능을 활용하게 만든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우며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들려주거나, 운동을 시키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부모도 아이에게 게임을 부러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일정한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고 심지어 자기가 하고 싶은 게임을 직접 찾고 레벨을 올리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한다.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의 내적 동기가 자발적으로 게임을 고르고 플레이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게임을 좋아할까? 시키지 않아도 굳이 찾아서 그것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왜 게임을 하는지 물으면 대부분 ‘재미있어서’라고 대답한다. 게임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게임이 무엇인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게임은 ‘규칙을 정해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게임으로 ‘가위바위보’가 있다. ‘가위바위보’를 하는 목적은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을 구분하고 이긴 사람에게는 베네핏을, 진 사람에게는 페널티를 주기 위해서다. ‘가위바위보’는 가위는 보자기를 이기고, 보자기는 주먹을 이기고, 주먹은 가위를 이긴다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가위나 보자기나 주먹을 내는 짧은 순간 이기고 지는 승부가 갈린다. 

이렇듯 게임은 목적이 분명하고 보상이 명확하다. 어떤 게임이라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빠른 보상으로 인한 성취를 얻을 수 있다. 내가 한 행동에 대해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결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서 성취욕, 승부욕, 도전 의식에 대한 동기를 얻을 수 있고, 게임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또한 게임은 혼자서 할 수 없다. 게임의 전제 조건인 ‘규칙’과 ‘승부’는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있을 때 필요하다. 혼자서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에게 우리가 ‘게임한다’라고 하지 않고 ‘논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혼자 하는 것은 ‘놀이’이지 ‘게임’이 될 수 없다. 게임 속 규칙을 지키고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알아간다.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생각할 때 어쩌면 게임의 특징은 우리가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뚜렷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이유로만 게임을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한 반을 기준으로 ⅔정도가 게임을 한다. 일부 스마트폰이 없거나, 게임을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지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지 않는 아이들보다 훨씬 많다. 즉,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게임이 필요하다. 지금 아이들이 하는 게임은 우리가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서 했던 숨바꼭질, 다방구, 공기놀이, 딱지치기와 같은 게임의 또 다른 형태다. 어른들이 인기 있는 드라마를 보고 다음날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유행어를 따라 하며 대화를 하고 일상을 나누는 것처럼, 아이들은 게임을 함께하면서 또래 문화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학년에 따라, 학급에 따라, 반의 분위기에 따라 좋아하는 게임이나 많이 하는 게임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은 하루 중 남는 시간에 게임 말고는 딱히 할 게 많지 않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빠듯한 학원 스케줄로 차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 함께 어울려 뛰어놀 친구들이 없다.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학원 수업과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 혹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짧은 시간에 그나마 가장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게 게임 한 판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왜 게임을 하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재미있어서’ 만큼 많이 나오는 대답이 ‘스트레스 해소’이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우리가 일에 대한 스트레스, 집안일이나 육아 스트레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아이들도 어엿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족과 친구와 사회와 환경 속에서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가장 빠르고 간편한 도구가 된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합쳐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왜 게임을 하는지를 조금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가 하는 게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게임을 그리고 아이들을 지금보다 자세히, 바로 보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서로를 지금보다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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