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화양연화

화려한 시절

by 하라

축구경기에서 승부차기를 할 때,

내가 이 골만 넣으면 우리 팀이 승리하는 경우의 골 성공 확률은 90%가 넘지만,

내가 이 골을 넣지 못했을 때 우리 팀이 질 경우의 골 성공 확률은 40%라고 한다.

비단, 축구 경기뿐만 일까.
인생의 많은 순간,

우리는 심리적이거나 상황적 분위기에 따라 넘어지고 일어서는 삶을 반복한다.

특별히 할 일 없는 금요일 저녁,

뭔가 일찍 자면 굉장히 손해 본 것 같고 억울한 마음에

새벽까지 어슬렁거려도

출근하는 평일에는 시끄러워 죽겠는 알람이

미처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서 빈둥거리게 되는 토요일 아침처럼


주말을 보내고 난 일요일 저녁은 늘 아쉬워 잠을 못 자고 뒤척이다

언제나 산뜻하지 못한 월요일을 맞는 것도


가짜약을 처방해 주는데

진짜라고 믿는 환자는 병에 호전을 보인다는

플라세보 효과


인생의 매 순간을 심리 게임 하듯 살 수 없지만,

그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이

참 커다란 결과를 낳는다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알면서도 늘 실천하기란 죽기보다 어려운 법

그래서 매일 늘 고만고만하게 대단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크게 비굴하지도 않게 하루에 하루를 더하고 있다.


매일 볼 때는 잘 모르겠는데, 아이들이 부쩍 컸다는 걸 느끼는 순간순간이 있다.

어느 날 문득 자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는데

기럭지가 몰라보게 길어졌다는 걸 느낄 때,

이래야지, 저래야지 알려주면 이래서 그랬네, 저래서 그랬네

따박따박 말대꾸할 때


물을 무서워해서 분수를 바라만 보고 펄쩍펄쩍 뛰던 큰아이가

튜브에서 종종거리며

물이 조금만 튀어도 인상 쓰고 울고불고했던 큰 아이가

제법 동생의 튜브를 밀어주며 형 노릇을 하고

미끄럼틀의 스릴을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튜브 안에서 멍 때 리던 작은 아이는

공짜로 입장한 수영장에서

돈 내고 줄 서있는 형, 누나들을 무자비하게 제치고

다리가 풀릴 때까지 미끄럼틀을 타며

엄마에게 이렇게 깨알 재미를 선사해 줄 만큼 자랐다.


또 다른 어느 날은

뿜어져 나오는 분수 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며

어쩔 줄 몰라하는 너희들의 얼굴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서른이 훌쩍 넘은 엄마도 아빠도 함께

옷이 흠뻑 젖도록 분수에 뛰어들어 함께 깔깔대고 웃었다.


그냥 서른 다섯 어른이었으면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소박한 일탈은

우리에게 부모라는 이름을 만들어준 너희들의 또 다른 선물이다.


비록 힘들긴 하지만, 너희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기쁘다.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 너희들의 빛나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별 것 없는 내 인생도 그저 함께 빛나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절이다.

keyword
이전 14화자식 키우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