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컸니
회식이 있어 저녁을 먹고 들어왔는데
작은 아이는 막 잠이 들었고,
큰 아이는 자는 척을 하다 이불을 제치고 벌떡 일어난다.
안아주려고 팔을 벌리며 오늘 엄마랑 잘까?
했더니 어쩐 일로 벌떡 안긴다.
핸드폰 못 보게 해서 매번 할머니랑 잔다고 밤마다 실랑이하는 녀석인데.
퇴근이 늦은 게 괜히 미안해 오랜만에 업어주었다.
업어서 거실을 거니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말도 못 하고 옹알이하던 시절,
너도 어리고 나도 철없던 그 시절.
아이를 달래는 것이 서툴러 보채는 아이를 안았다가 업었다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동동거리던
숨 막혔던 그 시절.
"시윤아, 너는 기억나니?
너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너를 이렇게 한 시간도 두 시간도 넘게 업고 안고 그랬어.
그런데 세상에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이젠 무거워서 업어주는 것도 못하겠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등에 업힌 큰 아이가 하는 말
"그럼 많이 힘들었겠네"
세상에...서성거리던 나는 멈춰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말도 못 하던 아이였던 게 엊그제인데,
내가 하는 말에 꼬박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넘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 만큼
마음이 자랐다.
이렇게 엄마 마음 알아주는 아이로 자라주어서 고마워.
이렇게 예쁘게 말해줘서 고마워.
백번 힘들어도 이런 짧은 순간으로
다 보상받는 것 같은 기분
이 맛에 자식 키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