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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14. 2021

첫 번째 스케이팅은
인도네시아의 몰에서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스케이트를 탔던 곳은 까라왕에 있는 한 몰이었다. 아이들은 그곳을 쉽게 "먼 몰"이라고 부른다.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마닐라에 있는 몰 오브 아시아와 에드먼턴에 있는 웨스트 에드먼턴 몰에서 실내 스케이트장을 봤을 땐, 워낙 규모가 큰 몰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있을만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긴 잠깐이면 도는 몰이고 원래부터 스케이트장이 있었던 곳도 아니다. 그래서 의외였다. 언젠가 왔을 때 광고판이 붙더니 뚝딱뚝딱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몰 중앙에 한시적인 스케이트 장이 생겨버렸다. 공사하는 모습을 볼 때부터 아이들은 들떠있었고 스케이트장이 개장할 때쯤 스케이트를 타러 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내와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스케이트도 탈 줄 모른다. 애들하고 얼음 위에서 헤맬걸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었다. 다행스럽게도 코치가  따라붙어도 체험비가 많이 비싸지 않았다.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잘 놀아줬다. 그래도 우리 부부의 고생을 덜어주니 그저 고마웠을 뿐이다. 

  


날씨가 덥고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몰 안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편하다. 인도네시아에 몰 문화가 발달한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 생각이 비슷할 테니 말이다. 몰에 가서 하는 일이라는 게 그저 밥을 먹고, 소규모의 실내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을 재우면서 집으로 오는 게 전부다. 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달리 할 게 없으니 일단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던 거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탔던 것처럼 특별한 기억으로 저장된 시간들도 있다. 트램펄린도 하고, 솜사탕도 먹고, 커다란 캐릭터 모형과 사진도 찍었었다. 놀이기구를 타다가 무서워하는 아이 때문에 기구를 세우기도 하고, 게임을 해서 받은 상품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었다.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졌을법한 그런 기억들이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가운데 우리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정말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 아이들이 몰에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일 년 넘게 집에만 갇혀 있다 보니 몰에 다녔던 일들도 대단한 추억이 되었던 것이다. 백신을 맞지 않은 미성년자는 아직 몰에 들어갈 수 없다고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엊그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몰에 가봤다. 반전이 일어났다. 아이들도 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뿐더러 코로나 이전처럼 몰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Timezone이라는 이름의 오락실이 문을 열지 않은 게 옥에 티다. 아들이 그 앞에서 아쉬움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군다. 어쨌든 늘 하던 대로 몇 가지 필요한 걸 사고, 새로 생긴 가게들 구경을 하고 도넛 하나를 먹고 나왔다. 아이들이 행복감으로 가득하다. 이런 식으로 당연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우리는 함께 배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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