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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13. 2021

가족 안에도 팀(Team)이 있다

두 살 터울의 남매를 키우고 있다. 큰 아이가 딸인데 아무래도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딸아이도 동생에게 엄마의 손길을 양보할 때가 많다. 클수록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엄마 껌딱지인 아들 때문에 집에는 암묵적인 팀이 존재하게 됐다. 아빠와 딸 VS 엄마와 아들. 이 구도가 언제쯤 아빠와 아들 VS 엄마와 딸이라는 구도로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고히 지금의 구도가 지켜지고 있다. 게임을 할 때나 나들이를 할 때, 심지어 장난을 칠 때도 꼭 그 팀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사실 딸이 없는 집안에서 자란 나는 딸이 있으면 정말 사랑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아이가 생기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도 딸인지가 너무 궁금해서 몇 번을 물었었다. 아내 말로는 어머니는 다르다고 했다. 처음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딸도 괜찮아"라고 말씀을 하셨다며, 살짝 걱정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 오해는 길게 가지 않았다. 할머니가 아들만 다섯, 어머니가 아들만 둘, 그리고 형도 아들만 둘이다. 집안의 유일한 딸을 어찌 예뻐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어머니는 가끔 딸아이와 통화하고 아들을 바꿔달라고 하지 않고 전화를 끊으실 때가 있다. 형도 딸과만 통화한다. 아들만 넘쳐나는 집안에 태어난 덕분에 딸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딸아이와의 "팀"구도가 공고해지는 동안 엄마와 아들도 더 강화된 원팀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몇 살이 되어야 엄마에게 떨어지는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엄마에게 서운하게 한 것 같으면 태권도 자세로 나를 응징하려고 한다. 신기하게도 장모님 역시 아들과 팀이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장모님은 아들만 안고 다니셨다. 팀의 확장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처가에선 아들이 오히려 대접받는다.  





어쩔 땐 두 아이가 함께 팀이 된다. 엄마 아빠에게 뭔가 서운한 게 있거나, 금지한 것을 하려고 할 땐 손을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는다. 같이 힘을 합쳐서 부모와 대항? 하곤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족 간에도 팀이 나눠지고 또 그 팀이 서로 종횡 연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세상은 말해 무엇하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것이 또한 우리들 삶 속의 인간관계 아니겠는가? 가족 안에서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귀여운 편 가르기 정도로만 세상도 편이 나눠질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더 살만할 것이다. 그러니 그가 내일 우리의 친구가 될 가능성도 있음을 전제하고 오늘의 적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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